지금이야 결혼예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보석하면 서울 종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한때 종로보다 더 많은 보석상들이 모여 있던 곳이 있다. 대구광역시 성내동이다. 이곳에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보석상들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부활의 전기를 마련한 때는 2010년이다. 이 지역 소공인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지자체들이 집중 지원에 나섰다. 국비와 시비, 구비가 모두 투입된 주얼리센터가 건립됐고 보석 제조상과 판매상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김태형 대구 소공인특화지원센터장은 “대구 중구청은 초기부터 교육비와 전시관 운영 등을 지원해줬고 중소기업청은 2013년 센터 지정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없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마련해 줬다”며 “이 지역의 부흥은 지자체와 정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소공인들이 앞서 나가자 지역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수리를 하거나 카피제품 제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60여 보석 소공인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또 서울에 의존했던 보석조달을 지역 내에서 충분히 소화하기 시작했다.
2013년 들어선 소공인지원센터는 또 다른 지원군이 됐다. 글로벌 보석산업의 트렌드가 제작공정의 현대화와 디자인 개발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간파한 지원센터는 지역 소공인들에게 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범용화됐지만 지역 소공인들에겐 낯선 3D 프린팅 교육과정을 제공한 데 이어 디자이너와 보석장인들 간 협업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20개 업체가 디자인 출원을 마쳤고 60개의 시제품이 제작됐다.
김 센터장은 “장인들은 보석세공을 할 때 장비를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2011년부터 3D 프린팅 제작과정을 교육했는데 3년 정도가 지나자 장인들도 비로소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품질개선이 이뤄지면서 수출실적이 쌓이기 시작했다. 대구 집적단지에서 생산된 팔찌와 시계 등 주얼리 제품은 현재 중동과 홍콩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지역 랜드마크(주얼리센터)도 없고 지자체 지원이 전무 했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자신감이었다. 지원센터가 가장 공을 들인 3D프린팅 교육만 해도 처음에는 센터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몇 번을 설득을 해야 겨우 소공인들을 실습실에 앉힐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공인들이 먼저 추가교육 과정을 개설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김 센터장은 “이 지역 소공인들은 기술력이 매우 뛰어난데도 아이디어를 실제품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수년 간의 실험으로 자신감을 얻은 소공인들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중국 샤오미 블루투스 제품에 보석세공을 가미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소공인이 생겨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구=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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