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 비사야스섬에 붙은 위치한 작은 섬 기마라스. 우리나라 제주도의 절반 정도되는 크기의 섬으로 주민 약 20만명이 살고 있다. 새벽 5시께 해가 뜨자 이 중남부에 있는 어시장(호르단 퍼블릭 마켓)은 생선을 사러 오는 현지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남중국해와 남태평양 사이 7,1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 수산자원 부국. ‘필리핀-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솔로몬 제도’를 잇는 거대한 산호초 삼각지대(CTI)는 지구 상에서 가장 다양한 어족 자원을 보유한 지역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마라스섬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일로일로 일대로 중부의 큰 섬 비사야스 지역의 잘라우어 강이 흘러 들어 영양분이 풍부한 황금어장 이룬다. 특히 기마라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인어의 전설이 유래된 멸종위기종 ‘듀공’의 서식지로도 유명했다.
명성은 새벽 기마라스의 수산 시장 가판대에 오른 다양한 어종만 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참치의 사촌격인 몽치다래를 비롯해 대형 정갱이류인 트레발리, 홍치와 남방고등어 등 다양한 어류를 사기 위해 상인들과 흥정했다.
하지만 최근 기마라스는 불법어획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 파는 생선들은 불법어획이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하게 했다. 족히 30cm는 되어야 성어가 되는 남방고등어는 10~12cm에 불과한 치어 상태로 팔려나갔다. 다 큰 성어가 35cm 달하는 홍치도 15cm에 불과했다. 실꼬리돔 역시 10cm면 시장 가판에 올라왔다. 이는 망고 재배 등 농업과 수산업을 주 산업으로 하는 기마라스 주민에 더해 인근 지역의 불법어획으로 다 자라지 않은 치어를 어획해 파는 부작용 때문이다. 명정구 한국해양기술연구원(KIOST) 박사는 “여기서 팔리는 남방고등어는 우리로 치면 중학생 정도에 불과하고 실꼬리돔 역시 초등학생 나이다”면서 “치어가 남획되면서 다양한 어류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주요 생선들의 개체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기마라스 섬의 동쪽 해안 샌로렌조 시와 시부나그 시 파랑쿨란 인근에는 해양보호구역(MPA) 관리시설 두 곳의 준공식이 열렸다. 이 시설은 해양수산부와 KIOST,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기마라스의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5억원을 출연해 건설했다. 행사에는 사무엘 구마린 필리핀 기마라스 주지사를 비롯해 해양수산부와 KIOST, 여수세계박람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세계 수산자원보호를 위해 참여한 104개 국가 가운데 해양보호가 필요한 국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공모했고 필리핀 기마라스 주정부가 지원해 추진됐다. MPA 시설은 지난해 3월 KIOST와 계약을 체결한 후 설계 작업을 거쳐 올해 1월 공사를 시작해 이날 준공됐다. 이와 동시에 기마라스주는 MPA 인근에 경계부표를 설치하고 감시선을 통해 수산자원 관리와 불법어획 감시에 돌입한다. MPA 관리시설은 4명의 직원이 24시간 연중 무휴로 감시활동을 한다. 활동 자금은 올해까지는 해양수산부와 여수세계박람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내년부터는 기마라스주 자체 재원으로 운영된다. 이와 함께 치어 남획에 따른 수산자원 고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지역 주민을 상태로 수산자원 보호활동에 대한 교육 사업도 진행할 방침이다.
기마라스주 정부와 샌로랜조, 시부나그 시는 제도도 수산자원보호를 위한 제도 지원을 마무리했다. 주정부와 시의 조례를 만들어 MPA 시설이 들어선 지대 인근 각각 303.49ha, 362.73ha를 해양보호 버퍼존(Buffer Zone), 60.23ha, 80.87ha는 코어(Core Zone)으로 지정한 상태다. 버퍼존에서는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 해양레저활동은 가능하지만 어획활동은 일체 금지된다. 코어존에서는 레어와 어업 등 모든 활동을 할 수 없다.
해수부와 기마라스주 정부는 이번 사업의 성과를 검토한 뒤 앞으로 MPA 지대의 범위를 넓혀가는 계획(Zoning Plan)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호주가 동부해안에 어선 또는 레저선박 접근과 어획을 금지하는 (No touch, No catch) 산호초 보호구역을 만들어 수산자원을 보호한 사업과 유사한 계획이다.
기마라스 주민들은 MPA 시설 준공으로 해양보호 감시활동이 강화되면 수자원이 회복돼 섬을 떠났던 듀공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듀공은 2000년대 이후 이 지역의 수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2006년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이 좌초되며 해양이 오염되는 사건이 터진 후 서식지인 이 섬을 떠났다.
메이로 래미톡(Mailou v. lamptoc) 센로렌조시 어민대표는 “그 동안 불법 어선들이 우리 지역을 침범해 많은 수산자원을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 바다에 있던 생물들이 사라졌다”면서 “앞으로는 (정상 어업을 하는) 마을 주민들의 소득도 늘고 떠났던 듀공도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기마라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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