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6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 뉴 XC90’은 볼보의 플래그십 SUV다. 올 뉴 XC90은 지난 2004년 출시된 1세대 모델 이후 무려 13년 만에 완전 변신을 했다. 올 뉴 XC90은 모델 변경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만큼, 뛰어난 상품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포춘코리아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지난해 1월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볼보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당시 행사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볼보의 플래그십 SUV ‘XC90’의 신모델 출시 일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윤모 대표는 “신모델 ‘올 뉴 XC90’의 글로벌 출시는 2015년 5월이지만 한국에서는 2016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금 더 빨리 한국에 가져올 순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실체도 없는 차량에 쏟아진 관심이 대단했다.
올 뉴 XC90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7월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7인승 4륜구동 SUV인 올 뉴 XC90은 엔진 종류에 따라 크게 D5(디젤), T6(가솔린), T8(플러그인하이브리드) 세 가지 모델로 나뉜다.
북유럽 디자인으로 꾸민 7인승 4륜구동 SUV
여러 차량이 뒤섞여 있는 주차장에서 만난 녀석은 올 뉴 XC90 ‘T6 인스크립션 AWD’ 모델이었다.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좌석이 3열까지 있어 7명을 태울 수 있는 올 뉴 XC90은 길이 4,950mm, 폭 2,010mm, 높이 1,775mm 축거 2,984mm에 달한다. 미니밴인 기아 카니발(길이 5,111mm, 폭 1,985mm, 높이 1,740mm, 축거 3,060mm)과 맞먹는 크기다.
커다란 차체는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이지만 곳곳에 날카로운 디테일이 살아 있다. 양쪽으로 날렵하게 뻗어있는 헤드램프와 볼보가 새롭게 디자인한 엠블럼 ‘아이언마크’가 달린 그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헤드램프 안에는 망치를 옆으로 눕힌 듯한 T자형 주간주행등이 달려있다. 볼보는 이를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라고 부른다. 차량 뒷모습은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넓어져 안정감을 준다. 차량 후측면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길게 내려와 있는 후방램프는 볼보 SUV 모델의 디자인 특징인 만큼 올 뉴 XC90에서도 그대로 살렸다. 간결하게 배치한 크롬장식은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모습을 뽐냈다.
묵직한 차 문을 열면 밝고 우아한 실내가 펼쳐진다. 은은한 색감으로 나뭇결 무늬가 그대로 살아있는 호두나무 장식, 밝은 고동색 가죽으로 감싼 대시보드와 좌석,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스피커 덮개와 손잡이의 조합은 흔히 말하는 ‘북유럽’ 스타일 그대로다. 과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취향을 드러낸다.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로형 9인치 터치스크린도 차분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몫 한다. 올 뉴 XC90은 기존 차량과 달리 별다른 조작 버튼이 없다. 공조장치, 내비게이션, 오디오, 차량 제어 등 대부분 기능을 9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한다.
시승차인 T6 인스크립션 AWD에는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업체 ‘바우어 앤 윌킨스(B&W)’가 만든 스피커 19개가 설치되어 있다. 웅장하면서도 선명한 소리는 누구라도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 이 밖에도 냉장 기능을 갖춘 글러브박스와 운전석과 조수석 마사지 기능도 갖추고 있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요즘, 외부 공기 중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필터로 걸러 내부에 공급하는 ‘실내공기 청정 시스템’은 매우 유용한 장치로 보인다.
올 뉴 XC90은 탑승자 공간에 좌석을 3열로 배치했다. 2열 좌석 세 개와 3열 좌석 두 개는 각각 개별적으로 접을 수 있다. 1열부터 3열까지 좌석은 차례대로 조금씩 높아져 탑승자들이 전방 시야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 2열 가운데 좌석에는 볼보가 자랑하는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가 장착돼 있다. 부스터 시트는 어린이 안전을 위해 좌석 엉덩이 부분을 높여 안전띠를 제대로 맬 수 있게 만든 장치다. 3열의 경우 좌석 두 개 사이에 여유 공간을 둬 성인도 편하게 탑승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3열 좌석까지 모두 펼친 상태에서도 상당히 넓다. 3열을 접었을 때 트렁크 용량은 1,019리터, 2열까지 접으면 1,868리터로 확장된다. 이 경우 커다란 이삿짐용 종이박스가 16개 정도 들어간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발을 뒷범퍼 아래에 넣으면 트렁크가 저절로 열리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도 갖추는 등 여기저기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2리터 다운사이징 엔진에 반자율주행 기능도 탑재
올 뉴 XC90은 대형 SUV지만 가솔린과 디젤 엔진 모두 배기량이 2리터에 불과하다. 최근 자동차 업계 트렌드인 ‘다운사이징’에 충실한 결과다. 시승차인 T6 모델은 2리터 가솔린 4기통 엔진에 수퍼차저(엔진 구동력으로 펌프를 작동시켜 실린더에 혼합연료를 강제적으로 밀어넣는 장치)와 터보차저(배기가스로 터빈을 회전시켜 공기를 압축해 실린더에 넣는 시스템)를 동시에 적용해 최대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kg·m라는 강력한 성능을 낸다. 달려보면 3리터 이상 엔진을 쓰는 대부분의 7인승 SUV들에 못지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T6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얹은 만큼 정숙하다.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전달되는 동력은 차체를 부드럽게 이끈다. 올 뉴 XC90은 연료 효율을 향상시켜주는 에코 모드, 일상 주행에 사용하는 컴포트 모드, 가속성능을 배가하는 다이내믹 모드, 험지 주행 시 사용할 수 있는 오프로드 모드, 개별 세팅이 가능한 개인 모드 등 다섯가지 모드로 주행 성격을 바꿀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컴포트 모드로 달릴 땐 느긋하고 안락하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폭발적인 힘과 가속력이 필요할 때는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면 된다.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는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변속 시점은 최대한 늦게 이뤄진다. 가속페달에 가하는 힘에 따라 차량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단단한 차체에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넣은 올 뉴 XC90은 안정적인 주행이 일품이다. 차체가 크지만 코너링에서도 흔들림이 적다.
볼보가 강조하는 안전 성능도 뛰어나다. 올 뉴 XC90은 전방에 차량이 없어도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차선을 따라 달리는 ‘파일럿 어시스트2’ 기능과 앞차와 보행자, 자전거, 큰 동물 등 교차로 반대편 물체 등을 감지해 사고 위험 시 차를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탑재했다.
파일럿 어시스트2는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 기능은 차선만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시속 140km까지 가속과 감속, 조향까지 차량 스스로 조절해 차선을 유지하며 달린다. 물론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대에서 20초 이상 손을 떼고 있으면 경고음이 울리고 기능이 정지된다. 실제로 직선구간에서 파일럿 어시스트2 버튼을 켜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올 뉴 XC90은 스스로 달린다. 직선, 곡선, 고속 등 어느 구간에서도 올 뉴 XC90은 차선 중앙을 벗어나지 않는다.
올 뉴 XC90은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올 뉴 XC90은 지난 1월 ‘2016 북미 올해의 차’ 트럭·SUV 부문 대상을 받았다. 매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발표되는 북미 올해의 차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출시된 이후 올해 1월까지 총 4만6,840대가 판매됐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만 4만대 이상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3월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리 차량을 공개한 이후 7월 8일까지 570여대가 계약됐다. 국내 수입 중대형 럭셔리 SUV 차량의 연간 판매대수가 2,000여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적이다.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올 뉴 XC90 가격은 디젤 8,030만~9,060만 원, 가솔린 9,390만~9,550만 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억1,020만~1억3,7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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