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리딩뱅크의 수장인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독보적인 1위 카드사를 이끄는 위 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연말까지 후보 간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3의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지주는 18일 일본에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카드 사장에 위성호 현 신한카드 사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는 위 사장은 2연임에 성공하며 ‘현직 CEO’ 프리미엄을 갖고 회장 경선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이번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위 사장의 연임은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계 구도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위 사장은 앞서 신한은행장 인선 과정에서도 조 행장과 2파전을 벌이는 등 신한 내에서 대표적인 차기 주자로 분류돼왔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속에서도 신한카드 순익을 개선하는 등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줬고 빅데이터 경영 등을 통해 금융 환경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신한 내 맏형 계열사인 은행을 이끄는 조 행장 또한 최근 혁신적인 경영 행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산운용사 사장 출신으로 자본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고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도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려는 신한금융의 포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위 사장과 조 행장 외에도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 또는 권점주 전 신한생명 사장 등 신한의 OB들이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신한 내 소규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김 부사장은 한동우 회장 체제에서 지주의 전략 부사장으로 중용돼 ‘한동우의 남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유력 계열사의 CEO를 맡아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한 회장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만 신한의 창업지분인 재일교포들의 의중도 무시할 수 없다. 회추위를 구성하는 7명의 이사들 가운데 2명이 재일교포다. 위 사장이나 조 행장 모두 일본 근무 경험은 없지만 라응찬 전 회장 체제에서 위 사장이 중용됐던 부분을 고려하면 재일교포들과의 관계는 위 사장이 조금 더 밀접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내년 1월 말까지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차기 회장 선출은 또한 신한은행이나 신한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CEO 인선과도 맞물려 있어 금융권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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