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인 올 추석(9월15일)을 한 달여 앞두고 명절 선물세트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본 판매에 앞서 진행된 백화점 사전 예약판매에서 히트상품 가격이 많게는 절반가량 내리고 판매 증가율도 급감하는 등 선물세트 판매 열기가 식고 있다. 폭염과 내수침체 여파 등이 더해진 결과지만 불황 속에서도 선물 예약판매는 급증해온데다 사전 판매 대부분을 법인이 주도하고 있어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파장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달부터 판매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결과 인기 1위 상품이 10만원대 ‘알뜰한우세트’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위였던 20만원대 ‘특선한우세트’에 비해 최대 절반가량 가격이 낮아진 셈이다. 이어 백화점에서 찾기 힘들었던 3만~5만원대 가공식품·생필품 세트가 사상 최초로 예약매출 2위에 올랐다. 10만원 이하 실속상품 매출도 같은 기간 30% 이상 늘었다. 지난 설까지만 해도 10만원 이하 선물은 백화점에서 순위권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해마다 신기록 행진을 이어온 전체 예약판매 신장률도 급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추석 예약판매 실적은 지난 15일까지 보름간 34.2%가량 오르며 98.4%에 달했던 지난해 추석에 크게 못 미쳤다. 신세계백화점의 예약판매 증가율(4~17일)도 19%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의 예약판매율은 18일 기준으로 소폭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오는 28일까지 한 주 더 예약판매를 진행하기에 플러스 신장을 예상하지만 지난해 수준(54.5% 상승)에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약판매가 좋지 않은 성적을 내면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파장이 사전에 반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체 명절 선물 매출에서 사전 예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이지만 사전 판매의 90% 정도가 매해 일정 물량을 구매해온 기업 매출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 예약판매는 최대 70%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 내수불황이 진행된 최근 몇 년 동안에도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올 설 명절의 신장률도 47.1%로 지난해 설(24% 상승)의 배에 육박했다. 기업들이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선물 구매 단가를 낮추고 구매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백화점들은 선물세트를 진열해 판매하는 본판매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민간 소비를 보다 빨리 유도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등 주요 점포의 예약판매를 21일 마감하고 22일부터 본 판매에 돌입한다. 다른 점포들은 25일까지 예약 판매를 실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무더위가 한풀 꺾여야 추석 판매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폭염이 지속된데다 추석이 빨리 찾아오면서 예약판매와 휴가철이 겹쳤다”며 “김영란법 실시에 따른 고가 선물 기피현상도 단가와 판매율 모두에 영향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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