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정부에 한국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7개 정부 부처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24일 회의를 갖고 불허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정부 관계자는 “구글 요구대로 지도를 기반으로 한 여러 산업적 효과도 있지만 최근 국가 안보 문제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의 ‘안보 논리’를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고고도미사일체계(사드·THADD) 구축과 관련해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군 부대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는 길을 열어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데이터를 수집·제작·관리하는 국토지리정보원(국토교통부 산하)도 국외 반출에 대해 부정적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결정이 되든 향후 전략이나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 결과는 오후 6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요구하는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면 관공서와 주요 시설은 물론 동네 골목길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구글이 해외에서 제공 중인 위성 이미지와 결합하면 민감한 정보가 노출된다는 게 안보 관련 부처의 입장이다. 여기에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시 사실상 국내 행정기관의 규제가 불가능해 국내사와 역차별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다만 외교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와의 관계나 외국인 관광객 유입 등을 이유로 구글의 서버를 국내에 두는 조건이라면 허용 쪽으로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007년부터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해 온 구글은 지난달 1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분의 1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승인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007년에는 국정원에 의해 거부당했고 2008년 이후에는 한미통상회의 등을 통해 “반출 규제는 외국 정보기술(IT)업체에 대한 차별”이라며 지도 반출을 요청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까지 지도 문제에 개입하면서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구글측은 “한국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권용민·김지영·정혜진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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