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전5기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다시 시도한다. 이번에는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48% 가운데 30%를 4~8명의 과점주주들에 쪼개 파는 방식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연내에 어떻게든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매각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지분을 4%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우리은행에 사외이사를 추천해 행장 선출과 배당 등 경영의 주요 사항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은행 지분 30%를 최소 4%에서 최대 8% 내에서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확정했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그동안 수요점검 결과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는 상당 수준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지분 4% 이상을 낙찰받은 투자자에게는 사외이사 추천권이 부여된다. 과점주주들이 이사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행장 선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하고 당장 올해 말 우리은행장 선출 때부터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지분 30%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지해 우리은행의 족쇄를 벗겨준다.
우리은행 매각은 지난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경영권 지분매각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대신 약 20%의 지분을 남겨놓고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영화가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전망에 사실상 베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각은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이며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된다. 정부는 24일 매각공고를 내고 다음달 23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다. LOI를 접수한 투자자들은 11월 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며 딜클로징 예상시점은 12월이다. 정부는 계약 체결 후 신속히 임시주총 절차를 거쳐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중심의 우리은행 지배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 12월까지지만 임추위가 늦게 구성될 경우 내년 초까지는 임기가 연장된다. 정부는 내년 3월에는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민영화된 우리은행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홍우·조민규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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