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의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대립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정부 부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 경제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틀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추경은 정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근간이었다. 정부는 추경을 포함한 총 ‘20조원+α’의 재정 보강을 통해 하반기 대내외 악재를 넘는다는 계산이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다 정부 재정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했던 ‘폴리시믹스’도 무산될 위기다.
정부는 추경이 제대로 집행되면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0.2%포인트씩 경제 성장률이 제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추경 편성이 무산되면 정부가 기대했던 성장률 기대치는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여기다 실제 정부 재정보다는 보증 지원 등을 통한 간접적 효과를 노렸던 다른 재정 보강 패키지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추경 무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은 예상외로 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통해 경제성장률은 올해 0.129%포인트, 내년 0.189%포인트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신규 고용은 올해 2만6,800여명, 내년에는 4만5,500명 가까이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추경이 무산되면 모든 것이 날아갈 상황이다. 정부가 하반기 핵심 과제로 꼽는 구조조정과 조선업 밀집지역 일자리 창출 등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 11조원에 국책은행 출자 1조4,000억원, 선박 발주 1조원, 보증·보험 출연 4,000억원 등 총 1조9,000억원의 구조조정 지원자금을 넣었다. 이와는 별도로 조선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 지원을 위해 2,000억원도 포함됐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자금은 바로 현장에 투입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알 돈’이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10조원 규모로 조성해놓고도 추경에 구조조정 예산을 포함시켰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 추경이 물 건너가면 정부는 다시 자본확충 펀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정부가 다음달 2일 제출 예정인 내년도 예산안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이 무산될 경우 추경 사업의 본 예산 포함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끝까지 추경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지만 실제 추경 통과가 무산될 경우 내년 예산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 추경 편성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추경 편성을 먼저 요구한 것도 야당, 청문회 증인을 볼모로 무산시키는 것도 결국 야당”이라며 “나중에 추경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구경우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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