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복지’와 ‘성장’ 두 곳 모두에 방점을 찍는다. 복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늘 그렇듯 신통치 않았다. 더구나 복지와 성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재정적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이하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도 임기 내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면치 못한다. 이명박 정부가 기록한 재정적자는 98조8,000억원(결산 기준), 박근혜 정부가 기록할 재정적자는 158조7,000억원(결산 실적 및 2015~2019년 중기재정계획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부를 합쳐 10년 동안 나라 살림에 257조5,000억원이 구멍 나는 셈이다. 2%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 없이는 현 정부 내 균형재정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처럼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 한 번 예산에 반영하면 줄일 수도 뺄 수도 없는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 때문이다. 복지 예산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의무지출은 2013년 159조원, 2014년 167조원, 2015년 173조원, 2016년 182조원이 투입됐다. 2016년 기준 순수 복지 분야(노동 등 기타 분야, 지방이전 재원 제외) 지출은 전체 의무지출의 45%, 전체 예산의 22%에 이른다. 2019년까지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6.1%로 전체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 2.0%의 3배에 이른다.
정부의 딜레마는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돈을 쓸 곳은 넘치는데 수입은 예상과 달리 형편이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부터 시작된 세수 펑크(계획 대비 덜 걷힌 세금)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2년이나 더 이어져 2014년까지 3년 연속 계속됐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나타난 세수 호조는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나라 곳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 나라 살림을 운용하는 데 제약이 크다.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 개혁과 동시에 조세 감면 폭을 줄이는 마른 수건 짜기에 돌입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결국 국채를 찍어 빚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제출한 국가채무는 637조8,000억원. 당초 예상보다 7조1,000억원이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는 40.1%에서 39.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5.2%)보다는 크게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무지출 추이를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정부 재정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GDP가 1997~2015년 3.2배 증가할 동안 국가채무는 9.5배 늘었다.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현 정부 임기 말인 2017년 국가채무는 692조9,000억원(GDP 대비 41.0%)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임기 5년 동안 무려 249조8,000억원이 불어나는 셈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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