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은행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을 일단 접고 우리은행의 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은행주에 대한 우호적인 투자심리와 우리은행 자체적인 실적개선으로 주가가 우상향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공적자금을 손해 없이 되찾을 수 있는 주가 수준(1만3,000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본격적인 입찰이 진행될 오는 11월께 우리은행 주가가 매각가격의 기준점이 될 공산이 큰 가운데 시장에서는 1만1,000~1만2,000원선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물론 시장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도 우리은행의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우리은행의 체질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큼 개선됐다. 지난 2013년 7,1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우리은행은 2014년 1조2,080억원 흑자로 돌아선 후 꾸준히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5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연간 기준으로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주 전반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우호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배당 매력이 커졌다. 은경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비이상적 통화정책으로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주들의 경우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3.2%로 예금금리는 물론 코스피 전체 배당수익률(1.7%)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 상승의 걸림돌도 분명하다. 우리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 같은 실적 행보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올 2·4분기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양재동 파이씨티를 포함해 총 1,3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이 환입되는 등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앞으로도 금호타이어 매각 등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이 일부 기대되지만 내년부터는 이 같은 요인이 사실상 전무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보통주 자본비율이 낮은 탓에 향후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큰 점도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3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55%로 양호하지만 보통주만 놓고 보면 자본비율이 8.68%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우리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상반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간배당을 생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의 주가는 지분매각이 이뤄지는 11월까지 1만1,000원선을 소폭 웃도는 수준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매각가격은 대략 5~10%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진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뒷걸음질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오를 여력도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며 “예상 매각가격은 지난해 JB금융지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하게 시장가의 10%가량 프리미엄이 붙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3개월 목표주가를 1만2,000원으로 잡고 있다”며 “매각 주가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정영현·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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