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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500 ¦ 고객을 섬기는 마이크로소프트

미래를 밝히는 불빛: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 센터(사진은 워싱턴 주 중부 데이터 센터)는 수백만 개 이상의 서버로 운영된다. 데이터 센터는 애저, 오피스365, 엑스박스 라이브 등의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객 친화적으로 변신한 이 거대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에 회사의 미래를 베팅하면서 예전의 기민한 모습을 되찾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프로파일
RANK 25
매출:
936억 달러
이익: 122억 달러
직원 수: 11만 8,000명
총 주주 수익률 (2005~2015년 연평균): 10.3%

미겔 데 이카사 Miguel de Icaza와 냇 프리드먼 Nat Friedman은 오랫동안 IT업계에서 ‘반항아’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데 이카사는 사각턱에 성미가 급한 멕시코 출신 미국인인 반면, 프리드먼은 버지니아 주 샬로츠빌 Charlottesville 출신으로 마른 체형과 느긋한 미소를 가진 인물. 두 사람은 오픈소스 open-source 운동-인기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하자는 풀뿌리 운동-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다. 어도비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같은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개별 포장을 해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이 고유 코드를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과 공유한다는 건 코카콜라가 전설적인 자사 레시피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명한 경영진은 왜 이런 일을 고려하고 있을까?

데 이카사와 프리드먼은 기술기업 각각이 개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때문에 잠재력이 제한된다고 믿었다. 이들은 윈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MS의 인기 프로그램이 개발자 커뮤니티의 ‘집단 지성’을 통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7년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던 자사 코드를 공개하라고 MS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은-당시 프리드먼은 인턴이었고, 데 이카사는 단순한 구직자에 불과했다-은 그 후 대담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는 수십억 달러 가치를 지닌 MS 비즈니스 모델을 탈피하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현재 38세인 프리드먼과 43세인 데 이카사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기업 사마린 Xamarin의 CEO와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 빠르게 인기가 올라가고 있던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2011년 이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사마린은 개발자가 공유된 코드 기반을 사용해 새로운 애플, 구글, MS 모바일 운영시스템용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마린을 탄산음료 세계에 비유하면, 소다스트림 SodaStream (*역주: 가정용 탄산음료 제조기) 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사마린의 소유주는 MS다. 워싱턴 주 레드먼드 Redmond에 본사를 둔 공룡기업 MS가 지난 2월 5억 달러(추정)에 사마린을 인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데 이카사와 프리드먼이 이젠 MS 직원이 된 셈이다. 한때 오픈소스 운동을 무시했던 이 기업은 애플과 구글의 제품용 앱을 개발하는 도구를 보유하게 됐다.

프리드먼은 텔레그래프 힐 Telegraph Hill에 있는 사마린 본사에서 “우리한테는 굉장한 일”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MS는 오랫동안 오픈소스에 반대하는 쪽이었으나, 이제는 대형 기술기업 중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입장을 180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도 정말 그렇다. MS는 오랫동안 막강한 기술 기업의 명성을 유지해왔다. 빌 게이츠 Bill Gates와 폴 앨런 Paul Allen이 창업한 거대기업 MS는 인터넷 브라우저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쳐 수 차례 독점금지법 관련 소송에 휘말렸다. 코미디언 존 호그먼 John Hodgman이 2000년대 말 애플 TV 광고에 나와 ‘불운하고 경직된 MS는 시대에 뒤떨어진 PC 제조기업’이라고 신랄하게 풍자를 하기도 했다. CEO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태도(bull-in-a-china-shop demeanor)와 사업 감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평가들은 41년 역사를 지닌 마이크로소프트의 배타적인 기업 행태와 ‘쿨’하지 못함에 조소를 보내고 있다. 직원들도 잠재력이 허비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불만을 가진 건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1월 발머가 게이츠를 대신해 CEO 자리에 올랐을 떼 MS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였다.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3년 8월 발머가 1년 이내에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시가총액은 2,700억 달러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수십 년 간 소프트웨어 세계를 지배한-기술업계 역사상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MS가 영구적인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이 기업이 21세기에도 새롭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주도할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평가들은 MS가 사업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혹평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머의 퇴임 무렵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기업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2013년 이 회사에서 대대적인 핵심사업 개편이 시작됐다. 기능이 아닌 제품별로 분리되는 바람에 이질적으로 변한 부서들을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사업 개편의 목적이었다. 발머는 이 계획을 ‘원 마이크로소프트 One Microsoft’라 불렀다. 그리고 2014년 이사진은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발머의 후임을 발표했다. 신규 편성된 클라우드 앤드 엔터프라이즈 cloud and enterprise(C&E) 사업을 총괄하던 인도 하이데라바드 Hyderabad 출신 사티아 나델라 Satya Nadella(48)가 그 주인공이었다.

CEO에 임명된 뒤 나델라는 발머가 시작한 변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부진한 기존 사업의 상당수 자원을 클라우드 컴퓨팅에 할당했다. 당시 급성장하던 클라우드 컴퓨팅은 경쟁기업 아마존이 지배하던 분야였지만, 여전히 사업 발전 초기 단계였고 그 영역도 광범위해 MS의 잠재력이라면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했다. 나델라는 MS를 더 협업적이고 호기심 많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는 경영진을 승진시켰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는 그렇게 선별된 경영진을 실리콘밸리로 보내 기업이 오랫동안 무시해왔던 창업 관련 교훈을 몸소 체험하도록 했다.




엔터프라이즈 부문 책임자: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폴로셔츠를 입은 스콧 거스리(41). 250억 달러 규모 사업인 클라우드 앤드 엔터프라이즈 유닛의 책임자다. 17년 경력의 베테랑인 거스리는 MS의 ‘제2 전성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MS는 요즘 재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친다. 최근 주가는 16년 내 최고가인 52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선 역대 최고 순위인 25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MS는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고, 그 결과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MS는 위험 부담이 상당한 사업도 진행 하고 있다. 부실한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문을 7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과거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며, 수천 명의 직원을 지속적으로 해고하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미국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애널리스트 키스 와이스 Keith Weiss는 “MS가 기업의 운명을 맡기기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경쟁이 지나칠 정도로 치열하고,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내는 기존 사업 부문을 잠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S가) 고객 충성도가 높은 고마진 사업에서 고객 충성도 · 마진은 상대적으로 낮고 경쟁은 치열한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아마존, 구글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닫힌 정원(closed garden)’을 여는 것과 같다” 고 말했다. 그는 “MS에게 매장이 과거의 고객이었다면, 이제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클라우드는 MS가 그 동안 놓친 기회 여럿을 만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와이스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마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MS가 주요 업계 트렌드의 선두에 선 것 같다”고 묘사했다. 그는 “MS는 검색, 인터넷 브라우저, 모바일 부문은 놓쳤지만 공용 클라우드 부문에선 한 발 앞서 있으며, 클라우드는 다른 모든 것들을 합친 것보다 더 규모가 큰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이번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기 위해 급진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세계의 ‘악당’에서 협동적이고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 거대 기술기업이 기존 사업으로 가라앉기 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나델라가 CEO로서 내린 초기 결정 중 하나는 ‘C&E’ 부문(직원들이 이렇게 부른다)을 담당할 자신의 후임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 부문은 MS와 기업 고객들이 의존하는 후기 기술을 책임지는 25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었다. 이는 결코 사소한 사업이 아니었다. MS의 거대한 고객용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사업은 대부분 정체 상태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MS는 엔터프라이즈 투자와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노력이 회사의 다른 상품 및 서비스와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의 전반적인 전략에서 클라우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묻자 나델라는 “한 개의 기기가 우리를 통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손목이나 눈에 착용하거나 주머니에 넣는 등 크고 작은 화면과 센서의 컴퓨팅 기기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 컴퓨팅 기기를 사용하든 ‘똑똑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데, 이것a은 클라우드가 이동성을 잘 조율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2014년 3월 나델라는 스콧 거스리 Scott Guthrie를 C&E 총괄로 임명했다. MS에서 17년간 잔뼈가 굵은 거스리(41)는 당시 세 자리 수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하던 애저 Azure 클라우드 사업을 책임지고 있었다. 입사 초기에는 개발자들의 동적 웹 애플리케이션(dynamic web applications) 및 서비스 생성을 돕는 프레임워크 에이에스피닷넷 ASP. NET 구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지지자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CSI 마이크로소프트: 워싱턴 주 레드먼드 MS 캠퍼스에 신설된 사이버범죄 센터 내 법의학 연구실. MS는 고객의 클라우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범죄와 싸우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말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목재로 장식된 한 스포츠 바에서 거스리를 처음 만났다. 길 건너 모스콘 센터 Moscone Center에선 MS의 연례 소프트웨어 개발자회의 빌드 Build가 진행 중이었다. 거스리는 MS 제품을 지지하는 독립적 전문가들-회사는 이 사람들을 ‘지역 책임자’라고 부른다(기술 업계 용어로는 ‘전도사’라고 한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거스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빨간색 폴로셔츠를 입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의 검은 터틀넥의 일반인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 분야처럼, 거스리는 조용한 거물이다. 큰 키에 마른 체격을 가진 그는 언제나 예절 바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부드러운 바리톤 음색으로 말하며, ‘업계 최고’, ‘패러다임’, ‘영향력’ 같은 경영진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투적인 표현은 대체로 피하는 편이다.

MS의 오랜 ‘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거스리는 록스타 같은 존재다. 같은 컴퓨터 광이면서도 성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거스리는 쑥스러운 듯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발표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데이터 센터에 대한 MS의 대규모 투자-1989년 이후 투자액만 150억 달러에 달한다-에 대해 설명하고, 이후 공식 발표 내용에 대해 살짝 언급하자, 참석자들은 질문을 던지거나 농담하거나 비판을 하는 등 그의 발언에 끼어들었다. 한 관리자는 거스리가 수년 전 직접 코드를 수정했음을 상기시켰고, 다른 참석자는 셔츠 색깔이 바랬다고 지적했다. 거스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몇 년 된 옷이라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 날 거스리-이번엔 새 빨간 폴로셔츠를 입었다-는 5,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파트너, 취재진 앞에서 90분 간 발표를 진행했다. 사마린 관련 발표가 핵심이었다. 인수하고 불과 10일 만에 MS는 이 신생 벤처기업의 기술을 자사 인기 소프트웨어 개발 애플리케이션인 비주얼 스튜디오 Visual Studio 내에서 무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사장은 고함과 박수 소리로 가득 했다. 거스리는 무대에 서서 미소 지으며 환호성을 즐기고 있었다.



필자는 발표가 끝난 뒤 무대 뒤에서 거스리를 만났다.

그는 목이 쉬고 약간 숨이 찬 상태였지만 행복해 보였다. 거스리는 이날 청중의 반응이 불과 5년 전 나델라가 그에게 애저 사업 지휘를 맡겼을 때의 MS에 대한 인식과 180도 달랐다고 강조했다. 당시 거스리는 한 달 간 기업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두 가지 정도가 분명해졌다. 우리 제품이 고객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기술력은 대단했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거스리의 해결책은 애저 팀이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는 현장 회의를 여는 것이었다. 그는 “기본적인 조건은 모든 선임 관리직과 소프트웨어 설계자(architect)들이 각자 노트북을 가져와서, 이틀에 걸쳐 아무것도 없이 새로운 앱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이틀 동안 호텔 볼룸에 앉아 애저 클라우드 앱에 가입하고 구축한 뒤 고객들이 하는 것처럼 서비스를 이용해보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거스리는 “완전히 재앙 수준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관리자 중 일부는 가입 방법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프로그램 도움말 문서를 찾았지만,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기능은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거스리는 “2일차 막바지 무렵 정정이 필요한 모든 부분-항목이 100개에 달했다-을 기록했고, 그것이 모아져 계획이 됐다”며 “그후 1년 간 애저의 대대적인 재건 작업을 진행했다. 진전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모두들 거기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현직 MS 직원, 파트너, 고객, 외부 인사 등 수십 명을 인터뷰하는 동안 내게 이런 기대감이 계속 전해졌다. MS가 단순히 제품만 출시하는 게 아니라, 다시 대단한 기술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라클에서 11년 간 근무한 뒤, 현재는 MS 북미 사장으로 재임 중인 저드슨 앨토프 Judson Althoff(43)는 2013년 입사 초기에 판매 관련 출장을 갔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앨토프는 “미주리 주 등 미국 중부를 방문해 그곳에서 고객의 직접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며 현장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전했다. “고객들은 ‘현재 MS가 만들고 있는 것을 미래 기술로 보지 않는다. 고객들이 MS IP 사용을 점점 줄이고 있는데, 우리는 ‘오래된 기술’이라고 여겨지는 이 서비스의 사용료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밀레니얼 세대가 작업하고 사용하고 싶어하는 기술이 아니다. 총매출 증가나 순비용 감축 측면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본 분야인 ‘디지털 변혁’을 꾀하기 위해 크게 투자를 하고 있지도 않다. MS가 그런 걸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도요타 북미 최고정보책임자(CIO)이자 신설된 데이터 서비스 자회사 도요타 커넥티드 Toyota Connected의 CEO인 잭 힉스 Zach Hicks는 현재 MS와의 관계는 몇 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신생 벤처기업-특히 투자자금이 여유로운 경우-과 작업하다 보면 오만한 태도를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런 회사들과는 달리) MS는 협력을 희망하는 겸손한 파트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필자는 MS가 올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녹음이 우거진 레드먼드 교외의 MS 본사를 방문하고 있었다. 발표된 수치는 낙관적이지 못했다. 윈도 고객 라이선스 비즈니스의 감소세 지속 탓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억 달러 이상 하락한 205억 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사업도 예상치를 하회하는 성장을 보였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시간외 시장에서 MS 주가는 5%나 하락했다.

그러나 우울한 실적 보고에도 MS 본사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화창한 봄날이었던 이날 선글라스를 끼고 서피스 Surface를 든 직원 다수가 사무실 대신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에 나와 있었다. 실내에 있던 직원들은 형형색색의 공용 공간-1980년대 지은 120여 개 사옥을 최근 보수했다-에 흩어져 있었다. 각 건물 카페의 종이컵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10에 코딩하고, 20에 배송하고, 30에 연구하고, 40에 다시 10으로 돌아가라






이 코드 조각은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MS의 DNA에 인문학이나 교양은 없다”고 비판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그럼 어떤가? 우린 원래부터 프로그래밍 기업에 가까웠다”고 말하는 듯 했다.

필자는 수요일 오전 18번 건물 콘퍼런스 룸에서 진행된 고위급 경영진의 핵심 회의에도 참석했다. 매주 한 시간씩 기업의 주요 관심분야에 대해 심층 분석하는 시간이었다. 그 주의 회의 주제는 기업고객이 사무실 밖에서도 휴대폰, 태블릿,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인 MS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스위트 enterprise mobility suite였다.

회의는 격식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시작한 지 10분이 지나서야 회의 중이라는 걸 깨달았을 정도였다. 방 안의 경영진 26명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모두가 통계와 분석으로 가득 찬 9쪽짜리 문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애플 워치 Apple Watch를 착용한 한 명은 생각에 잠긴 채 이마를 긁적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손가락 관절을 꺾고 있었다. 20분이 지나자 누군가 침묵을 깨며 첫 질문을 던졌다.

회의 서두에 문서를 함께 읽는 기업은 많지 않다(예외적으로 옆 동네 아마존이 있다). MS도 오랫동안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진 중 한 명인 조이 치크 Joy Chik(40)는 이에 대해 회사가 제품 수정사항이나 기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연공서열이나 성격 대신 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모바일 기기 관리기술 담당 엔지니어링 팀을 총괄하고 있는 18년 경력의 베테랑 치크는 “이전에는 패배를 인정하기까지 몇 달 혹은 몇 년씩이 걸렸다”며 “이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바로 선언하고 다시 중심을 잡는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실패할 수 있는지, 문화를 바꿔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실패를 장려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중요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MS 직원들은 ‘실패’라는 단어를 받아들인 후 전보다 부담을 덜 느끼는 듯하다. 요즘 MS 사내에는 호기심이 넘쳐나고 있다. MS 직원들은 회사의 과거 업적을 자랑스러워한다. 유망한 아이디어가 묵살될 가능성이 줄어든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직원들은 기업의 변화를 완전히 나델라의 공으로 돌리는 데는 주저하면서도-상당 부분은 수 년 동안 조직적으로 서서히 일어났다-나델라의 팀이 변화를 가속화했다는 점에는 만장일치로 의견을 함께 했다.

15년 간 MS에 몸 담은 오피스365 고객 애플리케이션 제품 담당 커크 코닉스바우어 Kirk Koenigsbauer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 다수가 기업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말로 동기부여가 될 때 끊임없이 나오는 창의력은 놀라울 정도”라며 “나는 MS가 엄청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확신한다. 닫혀있던 문을 사티아가 열었다”고 말했다.

이제 MS는 열린 문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빠르고 적극적인 조치로 거대하지만 하락세인 수익원을 대체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엔터프라이즈 기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우려를 표하는 소비자 담당 부서 직원들을 설득해, MS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업으로 만들어 준 기존 제품들을 혁신할 수 있다고 믿게 해야 할 과업도 가지고 있다. 클라우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든, 사물인터넷(IoT)든, 완전히 새로운 무엇이든 다음 세대 기술 혁명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현재로선 MS가 ‘모든 사람 앞에 컴퓨터를 두겠다’던 원래의 목표를 재정립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잃어버린 10년’ 이후 다시 스스로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나델라는 “우리는 일부 기업 문화를 바꿔왔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을 끝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리의 과업은 지속적인 것이어야 한다. 곧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개선하는 끊임없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마린의 CEO 프리드먼의 관점은 약간 다르다. MS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과정에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기업이 초창기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게 그가 현 상황을 바라보는 견해이다. 프리드먼은 “현재 대기업들은 5~10년 전보다 훨씬 더 활기차다.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혁신하는 방법을 배웠고, 고객을 당연시하지 않는 법도 학습했다. 최고의 대기업들은 여러 측면에서 신생 벤처기업의 마법을 배워왔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MS를 선호하는 세 가지 이유]

1. 개방성
나델라 지휘 하에서 MS는 예전보다 기술업계와 협업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이런 변화 덕분에 MS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택 stack’ 기업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기술 생태계의 주요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2. 클라우드에 올인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술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인프라 및 서비스 부문에 대한 현명한 기존 투자 덕분에 MS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보유하게 됐다.


3. ‘하이브리드’ 전략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 대다수는 모든 데이터를 공용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두 개인 공간에 저장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MS는 두 부문 모두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

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ANDREW NU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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