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원자재의 ‘쌍끌이’ 덕분에 신흥 유럽 펀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악재에도 아랑곳없이 화려한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러시아와 터키·폴란드·체코 등 동유럽 국가로 구성된 신흥 유럽은 원자재와 서유럽 경기 동향을 따라 움직여왔다.
2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 유럽 주식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1.36%(25일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유럽 전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3.76%, 국내 주식형펀드는 1.25%에 불과하다. 중남미 펀드가 36.9%의 수익률로 신흥 유럽을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남미는 여전히 변동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류돼 리스크가 크다.
신흥 유럽 주식 펀드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러시아와 유가다. 이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전략팀장은 “동유럽 증시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증시가 유가 반등으로 상승했고 신흥 유럽 펀드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유가는 올 들어 29% 상승했고 에너지 관련 업종이 증시에서 60% 이상 차지하는 러시아 RTS지수도 약 30% 올랐다. 덕분에 러시아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KB러시아대표성장주’ 펀드는 올해에만 34.18%, 29.6%씩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를 제외하거나 비중을 낮춘 펀드도 평균 11.92%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역시 유가와 비철금속 등의 상승세로 수혜를 입은데다 최근 들어 점점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신한BNPP봉쥬르동유럽’ ‘미래에셋MSCI이머징유럽인덱스’ ‘하나UBS이스턴유럽’ ‘한화동유럽’ 등이 각각 연초 대비 15.51%, 13.94%, 13.21%, 8.69%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김종육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터키·폴란드·체코 등은 서유럽에 공산품·서비스 등을 수출해 지역 경기회복의 수혜국으로 꼽히는 곳”이라며 “동유럽 기업들은 여타 신흥국 기업들에 비해 배당률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국가 역시 신흥국인 만큼 선진국보다는 리스크가 높다. 김종육 매니저는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터키의 쿠데타, 동유럽에서의 이슬람국가(IS) 활동 같은 리스크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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