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1만8,000여명을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회계법인에 보냈다. 이는 공인회계사회의 내부 규정에 이미 명시된 내용으로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개별 회계법인에 별도의 공문을 보내 규정을 다시 알린 것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로 알려진 ㈜정강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도회계법인 때문이다. 우 수석의 6촌 형이 회계사 자격이 없으면서도 삼도회계법인에서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난 게 계기가 됐다.
공인회계사회는 최근 친인척이 있는 삼도회계법인에 ㈜정강이 외부감사를 맡긴 점에 대해 독립성 위반 여부를 조사했지만 우 수석의 6촌 형이 회계사가 아니어서 업무에 관여할 수도 없었다는 이유로 감리에 착수하지 않기로 했다. 회계법인으로부터 번듯한 직함을 받고 급여는 꼬박꼬박 받아가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을 회피하게 된 셈이다.
회계법인을 대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직함을 사용하면서도 회계사 자격이 없이 활동한 전직 고위공무원과 금융사·기업 임원의 사례는 우 수석의 6촌 형 외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형 4대 회계법인에서는 고문단이라는 이름으로 정·관계의 유력 인사를 초빙해놓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원칙상 부회장·부대표와 같은 직함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외부에서 영입한 전직 고위공무원과 금융사·기업 임원이 ‘고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꺼린 탓에 문제를 내버려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강 외부감사 문제로 회계사 자격이 없는 회계법인 고문단의 직함 사용 논란이 불거져 원칙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목적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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