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은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무거운 산소통을 메고 뜨거운 불길과 유독가스 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20㎏이 넘는 산소통 무게 때문에 체력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면서 구조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소방관들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해줄 로봇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의 장재호 박사팀은 최근 사람의 하체에 착용하는 가볍고 유연한 외골격(外骨格) 소방관용 근력지원 로봇 ‘하이퍼R1’을 개발해 상용화를 위한 성능 고도화에 한창이다.
장 박사는 “하이퍼R1은 사람의 근력을 지원,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높은 곳을 올라갈 때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이라며 “소방관들은 보통 화재 현장에서 11㎏짜리 산소통 2개를 메고 인명구조 활동을 하는데 이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 개발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이 로봇을 착용하면 산소통 2개를 메고도 가뿐하게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된다.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안전성이 높은 고출력 액추에이터를 구동함으로써 다리의 근력을 증강시켜 물리적 작업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하이퍼R1은 경량 탄소섬유 소재를 채용해 중량 25㎏, 2시간 구동이 가능한 고출력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탑재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이퍼R1의 핵심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의도인식 시스템’, 두 번째는 ‘외골격 시스템’, 마지막으로 ‘소형 동력원 기술’이다. 의도인식 시스템은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사람의 의도를 미리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람의 이동 방향을 근육의 움직임으로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돕는 외골격 설계 기술은 사람의 관절 중심축을 파악해 인체와 딱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소형 동력원 기술은 이미 정해진 배터리 용량 내에서 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큰 힘을 만들어내게 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배터리 절약 방식을 개발해 기존 모델보다 에너지 소모를 50% 이상 절감했다.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 수준에 이른 나라는 미국과 일본·유럽에 이어 우리나라가 네 번째이며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하이퍼R1은 지난 4월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이르면 1~2년 내에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 박사는 “초기 모델은 무게가 110㎏에 달했지만 하이퍼R1은 무게를 25㎏까지 줄였다”면서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15㎏까지 감량되면 더욱 간편하고 손쉽게 응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로봇 보급가격이 낮춰진다면 산업 현장에 적용이 가능하고 노인과 노약자를 위한 보조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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