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앞둔 한진해운에 대한 선박 입항 거부와 압류가 본격화하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해상운임도 하루 새 50%나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추후 이 같은 사태가 쓰나미처럼 일어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31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중국 싱강과 샤먼, 스페인 발렌시아 등지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다. 북미 지역의 미국 서배너와 캐나다 프린스루퍼트도 같은 상황이다. 이 지역 항구들은 항만 접안과 화물 하역 등에 대한 비용을 현금으로 내야 입항할 수 있다고 통보한 상태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통상 비용을 추후에 지급하지만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장 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돈을 융통해 지불하고 물건을 현지에 풀지, 다른 항구를 물색할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당하는 첫 사례도 나왔다. 싱가포르 법원은 전날 이 회사의 5,30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한진로마호는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한 배다. 회사 측이 다른 용선의 용선료를 체불하자 선주인 독일 리크머스가 사선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 가압류로 정박지에서 감수·보존 처분을 받으면 압류 해제시까지 선박의 부두 접안이나 하역 작업이 불가능하다.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는 이날 운항을 멈췄다. 선주인 PIL이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부산항에 도달한 한진-멕시코 공동배선(공동운항) 선박은 선주의 요청으로 운항이 중단돼 항구에 배를 댈 수 없게 됐다. 이 배로 물건을 운송한 화주로서는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육지에 화물을 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 간 컨테이너선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당 1,100달러선에서 1,700달러로 55%나 폭등했다. 한국~파나마~미국 동부 해안을 잇는 컨테이너 노선 운임도 FEU당 1,600달러에서 2,400달러로 50%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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