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협회 고위 관계자는 1일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한진해운의 배가 문제없이 다니고 사업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가 잡히고 부산항에서는 배가 정박하지 못하고…, 정말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잘만 하면 살릴 수 있는 회사를…. 이러면 다 죽는다”고 정부 당국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발표한 한진해운 우량자산에 대한 현대상선 인수 방안도 문제다. 한진해운 측은 “법정관리가 진행되기도 전에 한진해운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내놓은 대책”이라며 “7년간 우량자산을 다 매각했는데 팔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일부 선박과 우수인력 인수를 검토 중인 현대상선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얘기가 나온다.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량 자산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실익이 있는 지 의문이라는 것.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선박의 경우 용선료가 낮은 상황에서 용선 인수는 의미 없고 사선의 경우도 대형선 정도가 인수 대상인데 굳이 지금 업계 시황이 안 좋은데 몸집을 불릴 이유가 없다”며 “인력 부문도 선박 인수 시 관련 인력 정도를 데려오면 모를까, 인력 확대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해외영업망의 경우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중복돼 인수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고 난감해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꾸리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털어낸 한진해운은 회생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처럼 대응하면 살릴 수 있는 회사도 죽게 만드는 꼴”이라며 “정부가 사회 공익 차원에서 정부가 이 회사를 살려야겠다고 하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상운송이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한진해운의 항해를 돕기 위해 공탁금을 지원해도 절대 떼이지 않는다. 화물을 나르는 일을 계속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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