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100쪽 짜리 운전사 매뉴얼, 심지어 사이드미러 접고 주행하라는 지시까지.
최근 몇년간 불거진 이른바 재벌 3세의 ‘갑질 논란’들 때문에 한진·현대·대림 등 국내 최정상급 재벌들, 그중에서도 특히 그룹 홍보실은 진땀을 빼야 했다. 이로 인해 이미 사업 일선에 뛰어들어 ‘후계자’로 불리던 재벌 3세들은 본의 아니게 경영 실적이 아닌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재벌 평론가’임을 자부하는 저자는 30년 이상 언론인으로 일하며 유독 재벌 분야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저자는 현재를 재벌 2세에서 재벌 3세로 기업의 승계가 진행되는 ‘전환기’로 보고 본격적으로 재벌 3세를 파고들었다. 창업주가 사업을 일구고 그룹을 키우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재벌 2세와 달리 재벌 3세는 태어나면서부터 ‘급’이 다른 인생이라는 점을 강조한 저자는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기만 했고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면서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있는 권력은 무소불위이고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되고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말을 해 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책은 재벌 3세를 ‘온실 속의 화초’에 비유하는 동시에 대부분 해외 유학파로 세상과 시장을 보는 눈이 다르며 경영 수업은 완벽하게 받았을지 모르나 실무에서의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고, 앞세대에서는 견고했던 금남의 벽을 넘는 여성 경영인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형제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고 진단한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어려울 ‘금수저’인 이들 재벌 3세는 재벌가(家)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렇게 키워진다. “재벌가에는 ‘이재용 코스’라고 불리는 정통 엘리트 교육 코스가 있다. ‘경기초등학교-서울대학교-게이오기주쿠 대학교 경영대학원-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화려하면서 안정적인 학력 관리라고 일컬어진다.”(95쪽) 재벌 가문 간의 혼맥에서 태어난 ‘재벌 3세’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학맥으로 ‘그들 만의 성(城)’을 쌓기 시작하고 개인 교사를 영입해 실력을 쌓다가 안되면 ‘학력 세탁’도 불사한다.
재벌 3세가 누리는 특혜는 그만큼의 ‘왕관의 무게’를 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자는 무임승차의 태도나 갑의 자세를 버리고 국민의 시선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당부했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