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하나금융 상대로 뜬금없는 5억달러 손배소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불러 일으킨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진행 중인 가운데, 외환은행 매수자인 하나금융을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국제 소송을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ISD에 이어, 매매가 5년이 다 된 시점에 매매 상대방에게 또 다시 소송을 낸 것이다. 하나금융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소송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 자회사 LSF-KEB 홀딩스가 지난달 22일 국제중재재판소(ICC)에 5억달러(5,596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중재신청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중재신청을 낸 근거는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의 거래에서 있었던 ‘가격 인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첫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2010년 11월. 론스타 보유 주식 3억2,094만여주(51.02%)를 주당 1만4,250원(4조6,888억원)에 거래하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논란으로 금융당국 인수 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계약은 두 차례나 다시 맺어졌다.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하면서 2차 계약에서는 총액이 4조4,059억원(주당 1만3,390원)으로 줄었고, 2011년 말 최종 계약에서는 매매금액이 3조9,156억원(주당 1만1900원)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양측 합의로 추가 매매대급 658억원 지급조항도 없애기로 하면서 2차 계약과 비교하면 최종가격은 5,561억이 낮아졌다. 금융권은 론스타가 5억 달러를 청구하는 소송을 낸 것과 관련,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두번째 가격 인하(5561억원)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매매 시점이 이미 5년이 다 된데다, 우리 정부와 론스타가 이미 ISD를 통해 책임 여부를 다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소송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SD 결과 발표를 앞두고, 론스타가 내부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차원에서 진행하는 소송일 가능성이 크다”며 “양측이 합의 한 계약을 이제 와 문제 삼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