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를 통해 통신 생태계를 구축에 기여해 온 퀄컴인데 특허권을 남용했다는 것은 억울한 비판입니다”
알렉산더 로저스 퀄컴 법무 수석부사장 겸 라이선싱 사업(특허 사업)본부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서 가진 국내 일부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퀄컴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통신기술(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특허수수료를 개별 상품인 통신 칩 가격이 아니라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을 기준으로 받아 ‘특허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로저스 수석부사장은 “당국이 조사 중이라 구체적인 얘기는 할 수 없다”면서도 “퀄컴은 창립 단계부터 통신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만든 시스템이라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특허료를 산정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특히 AP는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리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퀄컴은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의 최대 5%를 특허료로 받아 ‘퀄컴세(稅)’라는 비판이 일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가 매년 2조 원 안팎의 특허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CDMA를 공동 개발, 한국과 함께 ‘디지털 통신’ 시대를 개막한 퀄컴이지만 이제는 국내에서 특허권 남용 비판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해 2월 중국 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인정 받아 60억8,800만 위안(약 1조612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로저스 수석부사장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산업 총 매출은 3조1,000억 달러인데 특허 보유 상위 5개사의 특허료는 0.35%에 그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5개사는 퀄컴을 비롯해 중국 화웨이와 ZTE, 삼성, 일본의 미쓰비시다. 중국의 벌금 부과에 대해서도 “법적 위험성이 사라지자 오히려 100여 개의 중국 기업과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모바일 산업이 사물인터넷(IoT) 등 보다 넓은 시스템으로 확대되며, 자연스럽게 가격 총량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퀄컴의 특허료 산정 기준은 계속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현재도 ‘일부러 비싼 스마트폰 가격을 특허료 기준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논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센디에이고=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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