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의 세 배에 달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이랜드그룹이 핵심자산인 티니위니의 매각을 성사시켰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신용등급 강등 등 재무적인 위기에 몰린 이랜드가 촉박하게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매각가와 조건은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다. 이랜드는 티니위니 매각을 기점으로 지지부진했던 킴스클럼 매각을 철회하고 나머지 부채는 부동산자산 공매와 영업을 통해 메꾸는 등 재무 안정화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랜드그룹은 2일 서울시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업체 브이그래스(V-GRASS)에 약 1조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티니위니의 중국 사업권과 글로벌 상표권은 물론 법인에 속한 중국 티니위니 디자인 및 영업인력 등은 올해 안에 브이그래스 측에 넘어가게 된다. 이랜드는 티니위니 지분 10%를 투자 목적으로 3년간 보유하며 이후에는 이 지분도 매각할 수 있다.
이번 티니위니 매각으로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가장 큰 산을 넘었다. 하지만 매각가격과 조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랜드 측은 티니위니 매각가로 최대 1조3,000억~1조5,000억원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연내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목표로 촉박하게 매각을 진행하다 보니 제값을 받아내지 못한 셈이다. 실제 이규진 이랜드 M&A 총괄 담당 상무는 간담회에서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앞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에서 최종 협상을 타결했다”며 “시간만 충분했더라면 1조원을 웃도는 값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랜드는 이번 매각 대상에 당초에는 없었던 글로벌 사업권까지 포함시켰다. 이 상무는 “매수 희망자 대부분이 티니위니의 글로벌화를 희망해 글로벌 상표권을 포함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매각가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티니위니를 매각하면서 이랜드그룹은 올해 상환 목표금액 1조5,000억원 중 3분의2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303%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말까지 200%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체의 판단이다.
아울러 이랜드그룹은 이번 매각 결과에 따라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킴스클럽 매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티니위니 매각으로 부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는 점이 주된 이유이지만 올 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의 협상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랜드는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킴스클럽 37개 점포 영업권과 부대시설 매각가로 약 7,000억원을 예상했지만 KKR와의 협상 과정에서 매각가가 4,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나머지 부채 5,000억원은 부동산 매각과 영업 강화를 통해 해결할 방침이다. 앞서 이랜드는 서울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인근 토지 및 강남역 주변 상업시설의 매각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이랜드는 부동산 매각대금이 3,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채가 줄어듦에 따라 이랜드 리테일의 기업공개(IPO) 역시 예정대로 오는 12월 예비심사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으로 그룹의 재무 건전성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할 이랜드월드의 유동부채가 4조5,000억원 수준이어서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특히 알짜 브랜드 티니위니가 중국 업체로 넘어가면서 이랜드그룹의 핵심사업인 중국 패션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티니위니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4,21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현지에서 1~2위를 달리는 중국 사업 대표 브랜드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이랜드는 중국 전역에 40여개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이고 이 가운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만 7개에 달한다”면서 “특히 뉴발란스는 중국 내에서만 매출 5,000억원을 바라보고 있고 이랜드가 4,000억원, 스코필드가 2,000억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어 (중국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랜드는 티니위니 매각을 신호탄으로 새로운 3대 성장동력을 추진, 재도약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이날 간담회에서 패션·외식몰 등 중국 유통사업 강화와 한중 e커머스 사업 확대, 스파오와 미쏘 등 생산유통일괄(SPA) 브랜드 및 리빙 브랜드 모던하우스의 글로벌화를 각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면적과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중국은 한국보다 약 30배 큰 시장”이라며 “중국 내 사업은 패션업에 이어 유통업과 e커머스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장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랜드는 국내 면세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신동기 이랜드그룹 재무 총괄 대표는 “아직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부동산 매각 등 여러 이슈가 있어 면세점 진출은 경영진의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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