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4분기에 8조1,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중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무려 4조3,200억원을 벌어들였다. 2,600만대나 팔려나간 ‘갤럭시S7’ 덕으로 IM 부문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복귀한 것은 2년 만이었다.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가 반도체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200·30(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30조원)’의 실적을 거뜬히 올릴 것이라는 게 최근까지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문제로 250만대를 리콜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여기에 한진해운 사태로 유통 및 판매도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부품사에도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켜 전체적인 가격 경쟁력과 이익 측면에서 악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250만대 리콜로 당장 1조5,000억원가량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당 가격을 100만원으로 산정하고 삼성전자의 이익 등을 뺀 수치다.
가장 큰 문제는 신규 판매 중단이다. 판매량이 적으면 단순손실 이상으로 피해가 생긴다. 스마트폰은 6~7대를 팔 때까지도 큰 이익이 나지 않다가 9~10대를 팔면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영업이익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스마트폰은 많이 생산할수록 고정비용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어 이번 사태로 생산이 중단되고 신규 판매가 일어나지 않으면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며 “그 규모는 수조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케팅도 골칫거리다. 이달 중 계획된 신규 마케팅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 증가에는 한계가 있어 10~20%는 늘릴 수 있지만 두 배씩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출시 이후 대대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을 텐데 이를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면 추가 손실을 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신규 판매 중단 및 마케팅 위축→이익감소→마케팅 축소→추가 신규 판매 위축’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동시에 타격을 받는 구조라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갤럭시노트7의 판매위축이 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이익을 줄일 것이라는 뜻이다. 부품사와 손실부담을 어떻게 나눌지도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 사태로 가전 판매에서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가 한진해운에 의존했던 해운 물동량 비중은 약 10%대다. 당장 월마트와 타깃 같은 미국 소매업체들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제때 물건을 공급받지 못해 아우성을 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에 따른 손실을 언제 반영할지도 관심이다. 내년 3월까지 리콜을 받을 예정이어서 손실을 나눠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9~11월은 반도체 성수기지만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의 연간 실적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연간 영업이익 30조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원대 중반이었지만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제품인 신형 ‘아이폰7’가 이달 출시될 예정인 점도 부담이다.
반면 이번 리콜 사태의 영향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비용부담이 있겠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 갤럭시노트7이 오히려 더 잘 팔릴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