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유치를 위해 금융회사들 사이에 과열경쟁이 펼쳐지면서 가입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거나 위험등급을 초과한 고객을 가입 시키는 등의 불완전 판매행위가 심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ISA 미스터리쇼핑’ 자료에 따르면 전체 27개 조사 대상 은행 및 증권사 중 15곳이 우수·양호·보통·미흡 중 ‘미흡’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경우 전체 13개사 중 11개사가 ‘미흡’ 평가를 받았고 2개사는 ‘보통’ 수준이었다. 증권사는 3개사가 ‘양호’ 7개사는 ‘보통’ 4개사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은 ISA가 출시된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했다. 미스터리 쇼핑은 감독원의 직원이 고객이나 손님으로 가장해 서비스의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성향 진단 등 적합성 원칙 준수 여부와 위험요인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100점 만점에서 90점 이상은 우수, 80~90점은 양호, 70~80은 보통, 70점 미만은 미흡 이하의 등급이 부여됐다.
이 쇼핑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은행·증권사 ISA(신탁형 기준) 가입자 중 29만9,161명은 투자성향분석 없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가입금액은 3,827억원에 달한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자사 전체 가입자 42만8,594명 중 32%에 달하는 13만6,161명, 농협은 가입고객 18만5,643명 중 66%인 12만1,939명에 대해 투자성향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는 대체로 투자성향미이행 비중이 1% 미만으로 낮았다.
고객의 투자성향보다 높은 위험등급을 적용해 가입시킨 사례도 2만5,065건(신탁형기준)에 달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전체 가입자 3,855명 중 절반 이상인 1,958명이 위험등급초과 가입자로 나타났다.
박용진 의원은 “서민 재산증식에 도움을 준다던 ISA가 금융사들간의 유치경쟁 과열로 오히려 서민재산을 축내게 생겼다”며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파악에 나서 피해가 없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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