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건부 자금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제조건은 대주주가 먼저 밀린 연체금 납부 등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4일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경우 채권단도 필요한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이후 각국 항만 입·출항 금지 및 밀린 하역대금 처리 문제, 통행료 및 연료유 구매의 어려움 등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지자 정부도 팔짱만 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금지원 방안으로는 한진그룹의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해운·항만·수출입 부문에 미치는 피해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기관별 지원 대책을 검토했다.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 불가 선언 이후 무려 5일 만이다. 정부는 해수부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비상대응반을 기재부 1차관과 해수부 차관을 공동 팀장으로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는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개편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불가 선언(8월30일), 늦어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8월31일) 직후에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어 선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스가 떠난 뒤 손 흔드는 정부의 뒷북 행정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물류대란에 전혀 대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수부를 중심으로 비상대책회의(8월31일), 대체선박 투입 발표(9월1일), 물류업계 비상운송대책 논의(9월2일)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해수부 나 홀로 만의 대응으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분명했다. 정부는 언론 등을 통해 물류대란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주말인 토요일(9월3일) 오후10시가 넘은 시간에 회의소집 사실을 긴급 공지로 알렸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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