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을 좀 발라 본 여자들이라면 알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잘 어울리는 립스틱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 지 말이다. 다른 화장은 하지 않은 채 립스틱 하나만 쓱쓱 발랐을 뿐인데도 마치 주변에 형광등을 켠 듯 얼굴이 밝아 보이는 그 느낌! 물론 반대로 어울리지 않는 립스틱을 발랐을 때는 멀쩡한 얼굴이 돌연 ‘흙빛’으로 변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 만큼 자신의 얼굴빛에 꼭 맞는 ‘인생 립스틱’을 찾는 것은 화장을 즐기는 여성의 영원한 숙제다. 라네즈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맞춤형 화장품’으로 다른 품목이 아닌 립스틱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마음을 읽어낸 결과물이다.
지난 30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명동 매장에서 맞춤형 립스틱 ‘마이 투톤 립바’를 체험했다. 지난해 출시된 라네즈 투톤 립바는 하나의 립스틱에 두 가지 색깔이 나란히 들어 있어 입술 안쪽과 바깥쪽의 색깔을 다르게 연출할 수 있는 독특한 제품으로 지금까지 240만 개 넘게 팔렸다. 마이 투톤 립바는 자신의 얼굴색을 진단한 뒤 가장 잘 어울리는 두 가지 색깔 조합을 찾아 현장에서 바로 투톤 립바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로 14가지 입술 안쪽 색상과 13가지 입술 바깥쪽 색상을 조합해 총 182개의 립스틱이 나올 수 있다.
라네즈 명동 매장 1층은 일반적인 판매점이지만 2층에 올라가니 온통 밝게 불을 밝힌 비밀스러운 ‘파우더 룸’이 등장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안내로 파우더 룸 한 쪽에 마련된 마이 투톤 립바 화장대에 앉았다. 피부색 측정부터 시작했다. 스마트 패드에서 ‘뷰티미러’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자 마치 거울처럼 기자의 얼굴을 비췄고 얼굴을 좌우로 돌리니 곧바로 피부 톤이 측정됐다. 기자는 ‘웜 라이블리’와 ‘웜 엘레강스’, ‘쿨 프레시’ ‘쿨 시크’ 4가지 피부 톤 가운데 웜 엘레강스에 속한 것으로 나왔다. 다음으로 이미 각 피부톤에 어울리는 색깔로 제작해 놓은 투톤 립바 샘플을 입술에 발라보며 자신에게 맞는 색을 찾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조합이 있다면 아티스트에게 요청해 발라볼 수 있다. 다양한 립스틱을 한 자리에서 발라보고 바로 비교하니 어떤 색이 더 잘 어울리는 지 한 눈에 비교됐다. 시끌벅적한 매장이 아닌 독립된 공간에서 1대 1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4가지 톤에 속한 다양한 립스틱을 대부분 발라봤지만 확실히 웜 엘레강스에 속한 색깔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다른 피부톤에 속한 립스틱 중에서도 잘 맞는 것이 있었다. 여러 테스트 끝에 쿨 시크에 속한 라즈베리 색상과 투명한 색 조합의 투톤 립바를 골랐다. 마지막으로 케이스에 각인할 문구와 서체를 고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손가락 한 마디만한 작은 통에 담긴 립스틱 원료 두 가지를 골라 별도의 제작 공간으로 들어갔다. 마이 투톤 립바를 위해 자체 개발한 기계는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15분 가량 기다리자 제품이 나왔다. 상담부터 제작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제조 날짜와 성분 등이 기재된 종이와 함께 예쁜 종이 상자에 담아주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친구나 여자친구, 어머니의 사진을 들고 와서 투톤 립바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도 상당수라고 한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서비스 자체보다는 제품 용기였다. 바깥에서 제품 색깔을 볼 수 있는 표시가 없어 여러 개가 함께 있으면 구분이 어려웠다. 하단에 색상을 표시한 스티커가 있는 립스틱들이 있는데 이 제품도 그런 표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버튼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립스틱이 위로 올라오는 방식이어서 잘못하면 뚜껑을 열다가 버튼을 내려 제품이 부서질 위험이 있었다.
서비스는 전화(02-3789-4556)나 라네즈 홈페이지(www.laneige.com/kr)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으며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1시간 단위로 한번에 최대 2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5,000원 높은 3만원이지만 벌써 2주 후까지 예약이 꽉 찼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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