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했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양국 관계를 심화시켜나가기로 했다.
특히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和異)로 나아가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에 시 주석이 동의하면서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회담으로 평가되던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나름의 성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중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이 북핵 저지를 위한 마지막 기회이며 일관된 대북 메시지 발신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중국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하게 이행해나가겠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해 시종일관 힘쓰고 있으며 한반도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핵 문제를 대하는 ‘대원칙’에는 이같이 뜻을 함께했지만 사드라는 방어수단에 대해서는 뜻이 다른 것을 상대방에게 직접 얘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에 반대한다”면서 “이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국 간의 모순이 격화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사드는 자위적 방어조치”라며 왜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갖는 것이 한중의 공동 이해인 한반도 평화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지 고심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북핵 및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 배치론’도 직접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소통을 계속해나가자”면서 “한미중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한반도 사드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야 의견차를 좁힐 수 있다는 뜻을 담아 깜짝 카드를 던진 것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에 대해 “미국이 사드 문제의 이해당사국이기 때문에 한·중 소통도 중요하지만 한·미·중 간의 소통도 활용해 나가는 뜻으로 박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서로 다른 의견 표시는 이것으로 끝났고 그다음은 다른 것은 놓아두고(存異) 이해가 같은 것을 구하는(求同) 단계로 넘어갔다.
시 주석은 “양국은 이웃 국가로서 공동 이익이 광범위하다”면서 “양국이 긍정적인 부분을 확대하고 부정적인 요인을 통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상대국의 핵심이익 존중 △구동존이의 노력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환경 조성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한 공동이익 확대 등을 추진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한국과 다양한 틀 내에서의 협력을 심화시키고 ‘핫이슈’에 대한 협조를 강화하기를 원한다”고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에 “한중 관계 발전은 역사적인 대세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며 “신뢰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정상은 오전8시27분에 만나 오전9시13분까지 총 46분간 대화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중 관계 발전이 시대의 대세라는 데 두 정상이 공감한 것, 그것이 바로 분위기”라고 답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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