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대란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해운업계 구조조정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LG전자 등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물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대 국적 해운사 모두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후폭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 일부만 양수하는 형태로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국적선사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삼성·LG전자 등 국적 해운사를 이용하는 수출기업의 운임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본부장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물동량과 시장점유율을 일부 흡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대상선만 생존할 경우 한진해운이 맡았던 물동량의 40%는 상실할 것으로 본다”며 “또 현대상선만 생존할 경우 연간 수출기업이 4,407억원의 추가 운임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미주와 유럽 항로가 현재 운임에 비해 각각 27%, 4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약 7조1,491억원의 운임수입이 외국 선사로 이전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 등 자구책을 앞세우며 한진 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 같은 태도로 법원에서도 한진해운의 청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의지만 보인다면 한진해운의 회생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긴 했지만 채권자의 출자전환이나 정부의 지급보증이 있으면 회생절차는 대폭 단순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 회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종길 성결대 동북아물류학부 교수는 “해운 네트워크를 1개 구축하는 데 1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현재 한진해운은 20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가 한진해운을 포기한다면 막대한 네트워크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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