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의 설비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발전속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더디다. 전 세계 각국은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을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 민영화 논란에 발목이 잡혀 지난 2011년 이후 5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서비스법 통과를 주문했지만 야당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의료 분야와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여당 의원들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당이 다수가 된 20대 국회에서도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59.7%(2015년 기준)다. 2005년 59.4%였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 10년 동안 정체상태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민간의 서비스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9.5%에 크게 못 미치는 8.5%에 불과하다. 특히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80% 수준으로 전체 26개국에서 21위에 머무르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의 정부 지원, R&D 투자 부족, 각종 규제가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서비스업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융복합과 각종 규제를 제거해주는 서비스법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서비스법 통과에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고용 효과다. 서비스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특성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매출액 대비 고용인원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5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 1조원당 고용은 482명이었다. 반면 신라호텔은 4,686명, 한화리조트는 6,284명, 아산병원은 4,229명이었다.
정부는 서비스법 통과가 지연되자 결국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정부는 올 7월 발표한 ‘서비스경제발전전략’을 통해 앞으로 5년(2016~2020년) 동안 서비스업의 고용 및 부가가치 비중을 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밝혔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70%, 부가가치 비중은 60% 수준이다. 이를 각각 73%, 65%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서비스경제발전전략의 핵심은 기존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세제지원의 틀을 바꾼 것이다. 유흥업종 등 일부 소비성 업종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서비스 분야의 모든 업종을 조세특례제한법상 비과세·감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기존에 세제혜택을 못 받던 서비스업의 90% 이상이 R&D와 고용에 대해 제조업과 동등한 수준의 파격적인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예산 부수법안으로 제출된 내년 세법개정안과는 별개로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서비스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제지원으로 서비스업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서비스법이 통과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장벽을 허물고 융복합이 가능해져야 서비스업의 비약적인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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