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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나무 세우기'…뿌리없는 현대인 보는 듯

떠도는 삶 사는 미술가 유목연

'나뭇가지를 세우는 사람'展

현대인 도시유목민의 삶 표현

유목연 ‘나뭇가지를 세우는 사람’ 중 한 장면 /사진제공=두산갤러리




현대미술가 유목연(39·사진)은 찜질방과 레지던시를 오가며 산다. 일정한 거주지가 없다. 한때 노숙자였던 시절도 있었다. 무역회사를 다니던 그는 여자친구를 위해 쓴 카드빚이 불어나는 바람에 직장을 잃었고 부모와 등졌으며 연인마저 떠나 2007년 거리에 나앉았다. 그는 생계를 위해 술과 간단한 안주를 파는 이동식 포장마차, 일명 ‘목연포차’를 시작했다. 술 취한, 떠도는 도시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는 잊고 살던 작업에의 욕구를 되살렸고 2011년 아르코 신진작가 워크숍을 통해 미술가로 다시 섰다.

유목연의 개인전 ‘나뭇가지를 세우는 사람’이 7일부터 10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숲으로 나왔나 싶다. 작가는 현대인의 쉼터라며 갤러리에 ‘인공 숲’을 조성했다. 사각거리는 나무 조각을 밟고 100여 그루가 제각각 자리 잡은 숲길을 헤집어 들어가면 맨 안쪽 구석에 놓인 스크린을 만날 수 있다.

전시와 동명의 영상작품은 ‘심심하다’. 광장 가운데 선 사나이가 갖고 온 나뭇가지를 꺼내 세워본다. 다듬어지지도 않은 나뭇가지가 제대로 설 리 없다. 바닥을 디딜 수 있을 정도로 굵지도 않으니 세우면 쓰러지고 또 넘어지길 반복한다. 답답한 노릇은 이걸 다시 일으켜 또 ‘세우는’ 사람이다. 신기한 것은 주변 그 누구도 사내의 이런 행동에 눈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목연은 지난 가을부터 1년가량 한국의 안산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스 아테네 등 ‘위도 38’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나뭇가지를 세우려 애썼고, 이를 2시간 15분짜리 영상으로 묶었다. 답답하고 무의미한 행동이지만 그 집요함 때문인지 계속 보게 된다. 기반도 없고 기댈 배경도 없는 현대인이 ‘나 홀로’ 서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를 확인시키는 것 같아 착잡하다.

게다가 도심 속 자연을 표방한 전시장 내 ‘숲’은 흙 속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가까스로 붙어 전시기간만 겨우 버틴다. 그것 또한 도시 부랑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자신의 ‘임시거처’인 찜질방 평상에 노숙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이 잠시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광경을 두고도 “순간 일시적 가족이 되었다 다시 헤어진다”고 묘사했다.

현대미술가 유목연 /사진=조상인기자




유목연은 지난해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레지던시프로그램인 시떼(CITE) 입주작가로 파리에 머물렀고 두산연강예술상도 받는 등 미술계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거처를 마련할 만도 하지만 그는 애써 집을 구하지 않는다. 작가는 “‘목연포차’같은 내 작업은 길거리에 있는 게 더 의미 있는 것이라 오히려 미술관 안에 있으면 겉도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같은 ‘진정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떠돌이 삶을 지키는 셈이다. 깡통 안에 담배와 약간의 돈, 먹거리, 때수건 등을 넣은 ‘노숙자 키트’ 등의 작품(?) 발송은 자주 가는 찜질방에서 처리하고 작업실은 레지던시나 인연 닿은 미술관 한 구석에 임시로 마련해 옮겨다닌다. 지난 4월 만우절에는 이른 아침, 손수 프린트한 ‘UKEA’ 인쇄물 200장을 지하철 1~9호선 객차 광고판에 붙였고 미술계 입소문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는 “행위예술이냐”며 눈감아 줬지만 1~4호선 서울메트로 측에서는 ‘불법광고점유’를 문제 삼아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의 본명은 이용훈. 각종 공모에 연거푸 떨어지다보니 예명을 여럿 만들어 각기 다른 캐릭터와 콘셉트로 작업해 ‘재도전’했는데 그중 성공한 이름이 ‘유목연’이었다. 두산갤러리 측은 “예술가이자 도시유목민으로서 유목연의 생존전략은 예술과 비예술,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소개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유목연 개인전 ‘나뭇가지를 세우는 사람’ 전시 전경 /사진제공=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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