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후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4전5기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단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번에는 ‘성공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 정부 집권 마지막 해인 내년으로 넘어가면 민영화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금융당국이 연내 민영화 1단계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큰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또 그간 우리은행이 자체적인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매물로서 가치를 높인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장고 끝에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저울질에 들어간 포스코는 그간 우리은행의 유력한 ‘백기사’ 후보로 꼽혀왔던 곳이다. 공기업 성격이 강한데다 우리은행이 포스코 지분을 1% 보유하고 있는 등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도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른 바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포스코그룹 자회사인 포스코ICT가 우리은행과 KT·한화생명 등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면서 관계가 더 각별해졌다. 포스코로서는 우리은행 소수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권을 K뱅크 내에서 포스코ICT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코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들을 감안할 때 최종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계에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하는 또 다른 기업은 KT다. KT 역시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공기업 성격이 강한데다 우리은행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은행업계가 모바일뱅크 활성화에 집중하면서 통신사와 은행 간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업계 안팎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어 양사가 어떤 식으로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화·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후보군으로 앞다퉈 거론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마을금고가 보험사보다 더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등 향후 부정적 변수가 큰 보험사들에 비해 새마을금고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실탄’을 투입할 수 있고 금융업 확대에 대한 의지도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마을금고가 우리은행 지분을 확보하면 배당을 통해 수익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분석되고 있으며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들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인 만큼 과거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의향서(LOI) 접수 마감일까지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1만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달 24일 종가(1만450원) 대비 8.6%, 연초(8,600원) 대비로는 31.9% 오른 수준으로 두 기간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과거 실패했던 네 차례와 달리 성공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정영현·한재영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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