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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美,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 부당"…삼성·LG, 북미 가격경쟁력 UP

9~13% 상계관세 사라져…1위 월풀 본격 추격

표적덤핑에 제로잉 더한 美 편법 방식 급제동

철강·섬유도 관세 풀릴지 주목

0915A02 대미세탁기




세계무역기구(WTO)는 7일(한국시간)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협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이 이번 판정에서 고개를 숙임에 따라 철강·섬유 등 다른 국산 제조업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철강 13건, 전기전자 2건, 섬유 1건 등 16건의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부과하고 있거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식 반덤핑 관세 ‘급제동’=WTO상소기구는 이날 미 상무부가 지난 2012년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9~13%의 반덤핑 관세가 ‘제로잉’을 금지한 반덤핑 협정 위반이라며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정부가 2013년 8월 미국의 결정을 문제 삼아 WTO에 제소한 지 3년 만에 나온 최종 결정이다.

제로잉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 마진을 부풀리는 계산 방식이다. 이는 덤핑 마진을 계산할 때 가중평균 정상 가격과 모든 수출 거래가격을 참고하도록 규정한 ‘WTO 반덤핑 협정 2.4.2’를 위반한 것이다.

제로잉을 활용해 한국 등 수출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던 미국은 WTO 제재가 가해지자 전체 물량이 아닌 특정 시기나 특정 지역에서 수입 판매된 물량만 따져 덤핑 마진을 선정하는 ‘표적 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한국산 세탁기에 적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사실상 편법으로 활용해왔던 제로잉을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이르면 이달 말 상소기구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미국은 합리적인 기간 안에 보고서와 관련된 DSB의 권고 결정에 대한 이행계획을 보고하거나 완전이행 때까지 보상 협상을 벌여야 한다.

◇삼성·LG전자, 점유율 확대 발판 마련=콧대 높은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세탁기 분야 ‘반덤핑 관세 전쟁’에서 승리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13%대의 상계관세가 사라지면서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미국에 6억7,000만달러가량의 세탁기를 수출했지만 세탁기 반덤핑 분쟁이 불거진 뒤 2013년 3억5,000만달러, 지난해 1억4,000만달러로 수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티븐슨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 세탁기 시장에서 월풀은 19.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5.5%와 15.0%의 점유율로 2위와 3위를 나타내고 있다. 4위와 5위인 메이택·GE 역시 14.0%와 12.4%를 차지하는 등 선두기업 간 격차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WTO 판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월풀을 바짝 추격하는 반면 메이택과 GE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판결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를 대신해 정부가 적극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최근 중국 공장 생산제품에 부과됐던 고율의 관세 역시 조정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 7월 중국에서 생산한 한국 기업 세탁기에 무더기 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이 다소 불합리하게 추진하던 제도가 제동이 걸린 만큼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고쳐나갈지 지켜봐야 한다”며 “아울러 이번 판정으로 미국이 향후 다른 분야에서 반덤핑 마진을 산정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서정명·이수민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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