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 실제로 직접 타보게 된 NC750X는 제 기억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무게중심이 낮아 실제 무게보다 더 가벼운 느낌이 드는 건 맞았지만, 시트고가 참 높더군요. 무려 830mm. 지금까지 제가 타 본 바이크를 꼽아보면 두카티 스크램블러(시승기 클릭)가 790mm, BMW C650(시승기)이 800mm, BMW 모터라드 라이딩 스쿨에서 타본 F800GT(수련기 클릭)이 800mm였네요.
이런, 알고 보니 NC750X는 이전까지 도전해본 적 없는 높은 시트고의 바이크였던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NC750X를 타고 혼다코리아 주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냥 까치발로 닿으니까 괜찮겠네, 하면서요. 아마 830mm란 사실을 알았다면 지레 겁먹었을 텐데, 역시 좀 몰라야 용감한 법인가봅니다.
첫 느낌은 역시 혼다답게 조용하고 차분하고 스무스하다는 거였죠. 조금만 당겨도 뛰쳐나가는 야성미는 없지만, 750cc란 배기량에 걸맞게 충분히 잘 나가고 잘 멈춥니다. 전 진동과 소음 많은 바이크를 구경하는 것까진 좋지만 직접 타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트가 다소 딱딱해서 저처럼 쉬지 않고 두 시간씩 달리면 엉덩이가 아프지만(…), 승차감 자체는 편안합니다. 750cc 배기량에 이런 편안함이라니, 좀 놀라웠습니다.
때는 마침 9월 초, 날씨도 좋길래 무작정 NC750X를 타고 강남에서 북악 팔각정으로 올라갔습니다. 한숨 돌리면서 이제야 자세히 바이크를 살펴봅니다.
날렵한 옆태가 멋있습니다. 팔각정을 배경으로 꽤 간지가 나네요.
연료탱크처럼 보이는 이 부분은 수납공간입니다. 풀페이스 헬멧 하나가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스쿠터가 아닌 바이크에 이런 공간 있는 경우 드물죠.
그럼 연료탱크는요? 바로 시트 밑에 있습니다. 그래서 주유할 때도 시트 뒷부분을 열어야 하죠. 주유하려면 무조건 내려야 한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내린 김에 스트레칭 좀 하면 되겠네요.
왼쪽 옆사진을 찍어둔 게 없어 구글에서 찾아왔습니다. 엔진이 다소 아랫쪽에 배치돼 있습니다.
아랫쪽에 배치된 엔진과 연료탱크가 낮은 무게중심의 비밀이죠. 덕분에 저는 NC750X를 타면서 출발하거나 멈출 때 상당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려서 끌고 갈 때도 편했구요.
높은 시트고는 정차시에 저의 마음을 다소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긴 했지만, 사실 달리기 시작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의외로 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왜냐면…다리를 편하게 쭉 뻗고 달려도 땅에 닿질 않거든요. 저처럼 30대 중반이지만 이미 무릎이 상한 라이더들에겐 참 좋은 겁니다.
동영상 한 번 볼까요. 제가 다리를 뻗고 편하게 달리는 모습입니다. 스스로도 다시 봐도 너무 편해보인다는…가뜩이나 라이딩 포지션도 편안한 차인데, 다리까지 뻗고 달렸더니 너무 편해서 실제로도 좀 졸렸습니다(…).
이렇게 달리면 기분이 조크든요 |
서울에서 동작대교를 지나 과천, 군포, 화성을 지나 궁평항에 도착해서 여유로운 바다를 기대…했는데 마침 그날 지역 체육대회가 열렸더군요. 지역 어르신들이 가득 모인 가운데 흥겹게 울려퍼지는 뽕짝 메들리…조용한 바다는 아니었지만 정겹고 푸근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풍경도 괜찮았구요. 조용한 항구도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NC750X의 또 다른 매력! 기어 변속할 때의 철컥 소리가 간지납니다. 어찌나 간지가 나던지, 신호대기로 정차하다 기어를 바꿨더니 인도를 지나가던 40대 아주머니께서 뒤를 돌아보시더라구요. 얼마나 멋져보였으면 그랬겠어요(?!).
혹자는 NC750X가 재미없는 바이크라고도 하고, 국내 출시하면서 DCT(수동에서 자동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를 적용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글쎄요. DCT는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DCT를 얹어 더 비싼 가격에 내놓은들 가뜩이나 작은 국내 시장에서 몇 대나 팔릴지 좀 의문이 듭니다. 재미에 관해서라면…이런 바이크도 있고 저런 바이크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바이크가 야생마처럼 마구 질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NC750X와는 이튿날에도 라이딩을 떠났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번에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딱 달리기 좋은 가을철, 안전한 라이딩 즐기시길 바랍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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