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착화로 기업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우리 경제의 건설시장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4분기에는 민간 부문 건설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내수시장을 확대하지 못한 채 아파트 분양시장만 바라보는 ‘외바퀴 성장’을 이어가다가는 성장잠재력이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2·4분기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11.6% 늘어난 50조원(원계열 실질 GDP 기준)을 기록했다.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 규모가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존 기록은 지난 2007년 4·4분기(47조8,000억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투기 열풍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다.
건설투자는 규모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투자(총고정자본형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2·4분기 우리 경제의 전체 투자 규모는 116조7,000억원인데 이 중 민간 건설투자는 42.9%를 차지했다. 2007년 4·4분기(44.8%)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대다. 민간 건설투자 비중은 2000년대 초반 40% 중후반을 오르내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30%대로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3%(전년동기 대비 기준) 중 1.7%포인트는 건설투자가 기여했다. 우리나라 성장의 절반 이상을 건설에 기댄 셈이다.
이처럼 건설에 의존하는 외바퀴 성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아파트 건설의 경우 착공까지 2년에서 2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지급되는 건설기성액은 꾸준히 투자로 잡히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물량이 쏟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건설투자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착공면적 추이를 보면 증가하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건설투자의 절대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7월부터 분양시장 주춤…하반기 2% 성장 그칠수도
문제는 주택분양 시장의 열기가 식을 경우 건설경기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성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전기나 전년동기 대비 부가가치 창출 금액이 얼마나 늘었나를 추산하는 통계다. 예를 들어 3·4분기 건설투자가 2·4분기와 같은 50조원을 기록했을 경우 전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0%가 된다.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야만 꾸준히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분양시장은 7월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토목공사를 제외한 건설기성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5월 오름세를 시작해 7월(5조4,400억원)에는 전월 대비 4.3%의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10월(-0.5%)과 올해 4월(-1.5%) 다소 주춤했지만 증가 추세가 이어지기는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부터 그 효과가 빠르게 약해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하반기 성장률은 2% 초반(전년동기 대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부터 다시 분양시장 과열이 나타나도 문제다. 성장률을 떠받칠지는 몰라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주택 수가 늘어 몇 년 뒤 집값이 급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2012년부터 꾸준히 초과공급 규모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주택수요는 33만5,000가구인 반면 주택 공급량은 43만1,000가구였다. 이미 2년 전에도 수요 대비 초과 공급된 주택 수가 9만6,000만가구에 육박한 상황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건설투자는 워낙 절대 규모가 높아진 상황이라 최근의 증가율을 유지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높았던 성장기여도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증가율이 낮아지고 내년에 완만해지고 내후년에는 위축되지 않는 상황까지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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