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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정부 모르쇠에 1,300억원 떼이게 된 하도급업체들

발전소 건설 참여한 하도급업체 1,300억원 손해

발주처인 발전사가 공사비 계산 잘못 한 탓

발전사와 산업부, 공정위 모두 국가계약법 상 '구제 불가'

실제 비용 관계없이 증액 문제삼는 감사원도 원인제공

뒷북경제




정부와 공기업을 믿고 발전소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 업체들이 1,300억 원의 돈을 떼이게 생겼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공사비를 잘못 계산한 탓에 돈을 덜받은 하도급 업체가 부도까지 몰린 것이다. 그러나 해당 공기업과 정부는 공사비 증액을 금지한 국가계약법과 감사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하도급 업체들의 중재 요구를 꺼리고 있다.

14일 김수민 국민의 당 의원실과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건설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남부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 5곳은 충남 당진 등에 13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발주하면서 실제 투입 금액(7,536억원)보다 4,187억 원 적은 3,349억 원을 보일러 공사비로 계약했다.

발주처는 남부발전과 서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 등 5개사이며 삼진공작·성창이엔씨·지에스네오텍·정풍개발·정진공영 등 보일러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중소기업이 현대건설 등 발전사와 계약을 맺은 원청 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았다.

발전 자회사가 실제보다 적은 공사비를 지급한 이유는 예산 낭비를 억제하는 국가계약법 때문이다. 발전 자회사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사비 총액을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확정분 계약’ 방식을 내걸었고 현대건설 등 원청업체와 하청 업체는 공사비 산정에 대한 자세한 근거를 알지 못한 채 이 같은 계약에 동의했다.

발전소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500메가와트(MW) 이하 발전소 건설에 주력하던 발전 자회사가 처음으로 1,000MW 이상 대형 발전소를 짓게 되면서 공사금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발전 자회사가 과거 지었던 500MW 건설 단가에 물가상승 등만을 고려해 공사비를 책정했다는 주장이다. 김수민 의원실 관계자는 “전력난으로 발전소 수요가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1,000MW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계획했는데 발주 경험이 없다 보니 사전에 추정한 공사비보다 실제 투입금액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액확정분 계약은 공사지연이나 기계사용료, 자재공급 지연 등 예상치 못한 공사비 상승을 반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을 어기고 공사비를 늘려주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어 해당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은 징계 되고 증액한 공사비를 물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발전자회사의 공사비 증액을 문제 삼았다.

국가계약법은 하청 업체가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걸림돌이 됐다. 공사를 위해 필요한 인허가나 검사에 따르는 비용은 하도급 업체가 떠 안았는데 이는 하도급 법이 금지한 부당특약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준용해 맺은 계약이고 발주자와 원사업자간 계약의 영향이 하도급업체에 미치는 사례여서 공정위 조사나 하도급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계약서에 있는 불공정한 조건이라도 국가계약법을 따랐기 때문에 공정위가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하청업체가 부도를 맞는 등 논란은 커졌고, 원청업체 일부가 손실을 무릅쓰고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했고 발전사 일부도 공사비 증액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하청업체는 1,293억 원 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정부와 발전사에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김수민 의원은 “국가 계약법이 정부는 계속 면책성 발언만 하고 있고 발전사는 책임을 회피하면서 손해를 혼자 떠 안은 하청업체만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발전사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에 의해 정확한 공사비를 산정하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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