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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가위에도 영업 내몰린 은행원들

강동효 금융부 기자





은행원 윤모씨는 이번 추석에 혼자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고향에 내려가 봐야 ‘장가는 언제 가냐’는 잔소리만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항공권을 이리저리 알아보던 그에게 강력한 태클을 건 이는 은행 지점장이었다. 추석 명절을 이용해 ‘통합멤버십’ 가입자를 확실히 끌어올리자고 수차례나 강조했던 것. 윤씨는 ‘지점장 압박’이 두려워 결국 고향길을 택했다. 추석날 친척들은 역시나 ‘윤씨의 장가 걱정’을 가장 큰 화젯거리로 삼았고 윤씨는 악성고객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맞상대하며 친척들의 스마트폰에 통합멤버십을 1개씩 심어놓았다.

또 다른 은행에 다니는 박모씨 역시 연말까지 통합멤버십 150개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 이번 추석을 ‘D데이’로 정했다. 박씨는 추석날 친척들을 상대로 열심히 영업했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둘 것 같았던 시점에서 사촌 형이 어깃장을 놓았다. ‘지난번에 가입하라고 해서 넣었던 ISA 수익률이 너무 낮은데 이번엔 믿을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박씨는 통합멤버십은 투자상품이 아니라며 한참을 설명했지만 왠지 ‘거짓말쟁이’가 된 듯해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추석 연휴에도 적지 않은 은행원들은 친척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했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통합멤버십’을 출시한 뒤 연말까지 1인당 할당 목표를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명절 잔소리’가 걱정거리였다면 올 추석에는 ‘영업 실적’이 더 큰 근심거리가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우려스러운 점은 통합멤버십도 ISA와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심혈을 기울였던 ISA는 출시 6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익률이 낮다 보니 가입실적이 심각하게 낮아졌고 은행들도 최근 영업에 시큰둥해졌다. 통합멤버십은 물론 투자상품이 아닌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자발적 의사가 아닌 지인의 부탁에 의해 가입한 만큼 실제 이용률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위는 오곡백과가 익어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운 시기이다. 가족과 친척들이 모처럼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가위에 은행원들은 영업에 내몰려 가슴을 졸이고 있다는 점이 안쓰럽다. 효과가 불분명한 경쟁에 피폐해진 은행권에 앞으로는 한가위의 여유로운 정서가 스며들기를 기원해본다.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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