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우리가 예약한 곳인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 A씨가 최근 외부인 미팅을 위해 회의실에 갔다가 젊은 직원들에게 들은 얘기다. A씨 쪽에서 해당 회의룸에 예약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착오가 있었다. A씨는 임원임에도 바로 방을 비워주고 다른 빈 회의실을 찾아야만 했다. 기존의 삼성 조직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가능하다. 임원과 직원 사이에 격의없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의 첨병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개념 조직문화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룹 내에서도 문화혁신의 시험대로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 같은 바이오 계열사를 삼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생 조직인데다 직원들도 젊기 때문에 유연한 조직을 표방하는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식 뉴삼성’의 표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무실에는 직원들 책상에 칸막이도 없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처럼 원활한 의사소통과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칸막이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바이오로직스 직원의 평균 연령은 28.9세. 이중 외국인 임원 비율은 5.7%에 달한다. 그룹 내에서는 제일기획에 이어 지난 3월 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가 처음으로 직급을 없애고 ‘프로’라는 호칭을 도입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 계열사들도 모두 직급을 단순화했다. 삼성의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도 바이오 계열사를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신생 회사에 직급이 없이 모두 ‘프로’다 보니 서로 존중하고 의견을 공유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룹 안팎의 관심도 크다. 삼성그룹이 제작하는 동영상 ‘줌인삼성’에서 지난달 만든 삼성바이오로직스 편은 지금까지 제작된 계열사 편 가운데 조회 수 210만회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내 체육대회도 열었다. 임원도 선수로 뛸 정도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계열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바이오로직스 상장을 계기로 바이오 계열사를 집중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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