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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은 때 벗은 성곡미술관 야외 청동조각

BNP파리바재단 후원 보존복원 프로젝트…아르망 등 7점 새단장

아르망의 ‘익스프레시시모(Expressissimo)’




서울 종로구 경희궁로 자리 잡은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 안뜰에 3,300㎡ 규모로 조성된 조각공원은 국내외 거장의 명작과 수령 수십 년의 100여종 나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쉼터다. 눈과 마음의 즐거움을 주는 조각이 그러나 야외에서 풍상을 견디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억대 작품가(價)’로도 유명한 프랑스 출신 조각가 아르망(1928~2005)의 작품 ‘익스프레시시모(expressissimo)’는 청동 조각에 녹이 슬고 얼룩이 졌다. 인물을 해체하거나 공업 부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문명사회를 비판한 아르망의 작품은 섬세하면서도 갈라진 틈이 많아 관리가 어렵다. 쌍용그룹의 창업자 김성곤 회장의 호를 딴 성곡미술관이 개관하던 1995년 당시 작품인 만큼 20년간 쌓인 훼손상태가 심각했다. 돌과 청동이 혼합된 원로작가 조성묵의 ‘메신저 95195’나 오상욱의 ‘4차원 드로잉 보행자’도 녹으로 얼룩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프랑코 오리고니의 대형 ‘아이디얼맨’은 작품 곳곳이 벗겨져 나간 상태였다.

프랑코 오리고니 ‘아이디얼맨’


이를 위해 금융그룹 BNP파리바가 발 벗고 나섰다. BNP파리바재단은 성곡미술관이 소장한 이들 7점의 보존복원을 후원해 26일 그 성과를 공개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작품들은 새 옷을 입은 듯 말끔했다. 김윤화의 ‘영겁회귀’ 등 이번에 복원된 작품들 상당수는 청동조각들인데, 얼룩덜룩하던 녹 자리는 깊이감 있는 청동색으로 정돈됐다.

BNP파리바재단은 1994년부터 20년 이상 예술 후원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특히 ‘사각지대’인 미술관 소장품의 보존복원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 베르사유 궁전 내 헤라클레스 방의 천장, 보자르미술관의 이탈리아 회화 컬렉션 등 프랑스 내 작품 뿐 아니라 독일·호주·이집트·스페인·싱가포르·대만 등지의 유서깊은 작품들이 이 후원을 받아 다시 태어났다. 재단이 한국의 미술관과 작품을 후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BNP파리바 한국 진출 4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한편 성곡 조각공원에서는 이외에도 엄태정·홍승혜·구본주·성동훈·원인종·이재효 등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오상욱 ‘4차원 드로잉 보행자’


김윤화 ‘영겁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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