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당초 계획보다 한 달이나 빨리 자사주 매입을 끝내며 삼성전자 주가는 물론 증시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당장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을 받아내던 자사주 매입이 끝난 만큼 주가 약세는 불가피하겠지만 장기 성장 기대감과 추가 주주친화정책 가능성에 큰 폭의 주가 조정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지 9월14일자 12면 참조
26일 삼성전자는 자사주 7만2,616주의 매입을 신청해 전량 사들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부터 오는 10월 말까지로 예정했던 총 99만주(보통주 기준)의 4차 자사주 매입 계획을 한 달이나 앞당겨 목표량을 모두 채웠다. 4차 매입이 계획보다 빨리 마무리되면서 총 11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끝이 났다. 삼성전자는 1~3차에 걸쳐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인 데 이어 7월29일부터는 마지막 4차 매입을 진행했다. 4차 매입 시기에는 사상 최고가까지 주가가 치솟자 매입 비용에 부담을 느낀 삼성전자가 돌연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의 리콜 악재로 주가가 150만원 아래로 급락하자 지난 13일 다시 매입에 나서기 시작해 이날 계획된 자사주 물량을 모두 사들이며 끝을 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종료로 일단은 수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자사주 매입이 주가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해온 만큼 주가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과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종료 직후 주가는 열흘 정도 3%의 조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최고가 행진의 가장 큰 동력은 실적과 수급”이라며 “수급의 안정적 기반이던 자사주 매입이 조기에 종료되면서 수급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급의 문제는 삼성전자 주가를 다시 박스권으로 묶을 가능성이 높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콜 사태 이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까지 끝나면 주가는 다시 145만~160만원의 박스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리콜 악재와 자사주 매입 종료에도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달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발표에 맞춰 추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친화정책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2015~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조~30조원으로 지금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지급한 금액을 제외하면 10조원 안팎의 집행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의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기업가치와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해 다음달 추가로 발표될 주주환원정책 역시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19% 내린 15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730억원)과 외국인(-462억원)이 동반 순매도에 나섰지만 자사주 매입량(1,139억원)이 주가를 떠받쳤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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