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27일 유세를 위해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로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며 기자들에게 “굉장한 시간이었다”고 전날 TV토론의 승리를 자평했다. 그는 “어젯밤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직업에 맞는 기질과 자질·정책에서 둘 사이의 명백한 차이를 봤을 것”이라며 “트럼프와 중요한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어 흥분됐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유세에서도 트럼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업기회로 삼아 반겼다고 지적한 뒤 “900만가구가 집을 잃는 것을 응원한 사람은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다만 클린턴은 다음달 9일 2차 TV토론을 앞두고 이번 1차 토론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지나치게 ‘모범적인 답안’을 넘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인간적 면모를 보완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선거전략가들은 “클린턴이 매우 잘 준비된, 공부한 실력을 보여줬지만 그뿐이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WP 역시 1차 토론만으로 전체 유권자의 20%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이 클린턴에게 쏠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1차 TV토론에서 완패한 트럼프는 갈 길이 더 멀고 험난하다. 그는 이날 오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론 중 여러 차례 코를 훌쩍인 데 대해 “불량 마이크 탓”이라고 변명했으며 이후 토론 직후 칭찬했던 사회자 레스터 홀트 NBC 앵커를 “클린턴의 약점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나만 집중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가 준비 없이 나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클린턴이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비난한 것이나 최대 약점인 ‘e메일 스캔들’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는 전날 클린턴의 외모 비하 발언으로 취약 지지층인 중산층 여성의 표심을 잃은 가운데 이날도 악수를 뒀다. 자신의 여성 비하 발언 대상이었던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알리시아 마차도에 대해 “역대 최악이었다”라며 “(미스 유니버스 선정 이후) 몸무게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혹평을 늘어놓은 것. 그는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러 불륜 사건을 토론에서 제기하지 않은 데 대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다치고 싶지 않아 너무 느슨했다”면서 “(앞으로) 더 세게 나갈 것”이라고 밝혀 2차 토론에서는 힐러리를 향한 막장 공세를 펼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은 1차 TV토론을 미 전역에서 13개 TV채널을 통해 약 8,380만명이 지켜봐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1980년의 TV토론 시청자 8,060만명을 뛰어넘었다고 이날 밝혔다. 닐슨 집계에는 식당 등에서 TV를 함께 본 시청자나 유튜브와 페이스북·트위터 등 인터넷으로 본 사람들은 빠져 있어 실제로는 1억명 넘는 미국민이 이번 토론을 시청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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