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업의 CEO는 그 회사를 대표하는 차를 탄다. 수만 직원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직접 손으로 만든 최고급 세단은 회사의 자존심이고, CEO는 그 자존심을 탄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에쿠스’와 ‘K9’을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투입된 국내 자동차 CEO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SM7’을,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체어맨’을 탄다.
김 사장의 전임자였던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은 알페온 찬양론자였다. 그도 캐딜락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부평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알페온을 타며 스스로 세일즈맨이 됐다. 만나는 사람에게 꼭 한번 타봐야 할 차라고 소개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평·군산·창원·보령 등 국내 사업장에서 연 60만대를 생산하는 한국GM을 이끄는 수장은 직원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GM 직원들도 요즘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위해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 1만대 이상 팔리면 임팔라의 국내 생산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새 CEO인 김 사장은 미국에서 생산된 캐딜락 ‘CTS’와 GM코리아가 수입한 캐딜락의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타고 있다.
김 사장은 경력 때문에 ‘카 가이(car guy)’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가뜩이나 GM 본사는 효율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한다고 엄포를 놓고, 그 때마다 직원들은 불안에 떤다.한국GM측은 “김 사장이 캐딜락도 총괄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위치에서 알페온을 타며 “생산기지 철수는 없다”고 목놓아 외치던 호샤의 사장은 ‘기인(奇人)’이었단 말인가.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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