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졸업자 상당수가 연구기관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나 치·의대에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정규직 대부분을 20~30대로 채워 젊은 연구자들이 ‘열정 페이’를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을 대상으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과학기술계 청년연구자들이 연구를 이어가지 않고 법조계와 의학계로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이 미래부와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KAIST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포항공대 등 5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졸업자 833명이 로스쿨 및 의학·치의학·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KAIST의 경우 로스쿨 합격자가 같은 기간 210명이나 돼 ‘로스쿨 비설치 대학’ 중 가장 많은 로스쿨 합격자를 배출했다.
신 의원은 또 최근 5년간 출연연 퇴직자 1,031명 중 659명, 연평균 120명의 연구원들이 스스로 출연연을 떠났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연구자들이 출연연보다 정년이 길고 과제·행정 부담이 적은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며 “간단한 문구류를 써도 영수증에 ‘풀칠’을 해서 제출해야 하는 연구 환경이 빚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이날 질타를 받았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출연연의 인력분포를 분석해보니 비정규직 인력은 20~30대가 91.4%이며, 이중 43.2%가 대학원생(학생연구원)”이라며 “20~30대의 열악한 처우를 바탕으로 출연연이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에 따르면 25개 출연연 중 세계김치연구소의 경우 비정규직의 20~30대 비율이 97.1%에 달했으며, 한의학연구원·식품연구원·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각각 92.6%·91.8%·90.6%로 매우 높았다.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25개 출연연의 전체 학생연구원 비율은 2012년 2,783명에서 올해 4,028명으로 45%나 늘었다”며 “출연연이 부족한 인력을 대학원생으로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규직·책임 연구원은 연구논문·특허발표 하나 없이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고액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재일 더민주 의원은 “논문이나 특허 발표 없이 2,000만원이 넘는 고액 성과급을 가져가는 연구원(책임·선임급)이 2012년 282명, 2014년 435명, 2015년 33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며 ”3,000만원 이상 가져가는 책임급 연구원은 33명이고, 논문 하나 쓰지 않고 성과급을 받은 전체 연구원은 모두 4,300여명을 넘어섰다“고 질타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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