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트리플 1조 브랜드 시대를 연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국내 브랜드 중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 LG생활건강 후가 1조원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설화수에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메가 브랜드로 급성장한 이니스프리 역시 올해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의 올 상반기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외에서 고속 성장해 올 1분기(2,900억원)와 2분기(3,155억원)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47%, 66%나 확대된 결과다.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연매출(8,100억원)의 75%에 달하는 수준으로, 실적발표를 앞둔 3분기 및 4분기 매출을 합산하면 무난히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후(2003년)는 설화수(1997년)보다 론칭이 6년 늦었지만 1년 만에 1조원 매출을 따라잡았다. 2년 전인 2014년만 해도 설화수와 후의 매출은 각각 8,000억원, 4,300억원으로 크게 차이 났지만 후가 폭발적 성장을 이어오며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왕과 왕후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강조하며 고급 궁중 브랜드라는 점을 꾸준히 어필한 것이 빛을 봤다”며 “중국 내 백화점 매장도 지난해 말 124개에서 올 2분기 말 140개로 확대되며 중화권 시장에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로드숍 브랜드 경쟁에서 LG생건의 더페이스샵(3,308억원)을 제치고 상반기 매출 4,00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2,891억원)보다 38% 증가한 실적으로, 지난 한 해 매출(5,921억원)의 68%에 달한다. 이니스프리 실적에 중국법인이 판매한 현지 생산분 매출이 제외된 점을 감안할 경우 상반기 전체 매출은 6,000억원에 육박, 연내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니스프리 1조원 달성은 수많은 국내외 뷰티업체가 자연주의 콘셉트 브랜드를 내세운 레드오션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자칫 자연주의 콘셉트가 식상할 수 있는데도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제주산 자연원료를 강조한 이니스프리의 독보적 마케팅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단순한 매출 확대 뿐만 아니라 매장당 평균매출 등이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이니스프리의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K뷰티가 트리플 1조 브랜드 시대를 연 것은 국내외 경기불황, 글로벌 뷰티업체의 위협 등을 정면돌파한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브랜드 출시 기간과 판매 단가 등을 고려할 때 랑콤·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톱 브랜드들을 위협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 매출 3조원이 넘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모두 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 수출 시장의 규모도 차이가 크다”며 “이제 10여년 안팎의 K뷰티 브랜드는 중국 시장을 기본으로 동남아, 유럽, 미국 등에서 글로벌 톱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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