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크림치즈빵이 오븐에서 나오자 경북 고령고등학교 조리과 학생들은 감격의 탄성을 내뱉었다. 본인들이 직접 만든 빵을 먹어본 학생들의 표정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빵은 고령군 청사 1층에 마련된 ‘해피 피플’ 카페에서 손님들과 만난다.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고령고 조리과 3학년 학생 3명은 카페를 운영하며 책에서 배울 수 없었던 현장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달 초 문 연 후 하루 매출은 평균 30만원에 달한다. 운영수익금은 직원 임금과 재료 구매 등 카페 운영에 사용된다.
이곳 고령군 청사 카페는 주민들의 생각이 행정으로 이어진 서비스디자인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카페가 생기기 전 고령고등학교 조리과 학생들은 이론 위주의 교과과정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졸업 후에는 전공과 무관하게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해 특성화고등학교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진로를 선택할 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하던 주민들은 머리를 맞댔다. 아이들이 선택한 전공의 흥미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습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백수연 고령 국민디자인단 팀장(서비스디자이너)은 “전공을 살려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성공 사례를 하나라도 만들어 놓으면 후배들도 선배를 보며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며 “마침 고령군청 1층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 곳을 실습장인 카페로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빵을 직접 만들어 팔면서 학생들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제과제빵인지 아니면 커피음료 제조인지 소질부터 하나씩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3인 1조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유통과 결제시스템을 배우고 서비스 정신도 터득해 나가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고령군 대가야읍 학부장은 “커피음료 제조를 배우려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조리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책을 고령 주민들이 나서서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 지역 학교로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 심화로 우리 지역의 활력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 아이들이 이곳에 남아 정착해 살도록 하려면 전공을 살리는 취업 연결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령=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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