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위스키업계가 ‘저도’와 ‘소용량’을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독주를 기피하는 음주문화 확산과 김영란법 직격탄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당분간 출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1위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6월 결산) 매출 3,421억원과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8.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2% 줄었다. 주력 제품인 ‘윈저’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2011년 매출 4,045억원과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4년 연속 하락세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상황도 매한가지다. 페르노리카 한국법인(페르노리카임페리얼코리아 포함)은 2010년 매출 3,513억원을 찍은 후 재작년 2,593억원에 그쳐 최근 4년새 매출이 26% 빠졌다. 올 상반기에는 대표 제품 ‘임페리얼’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7.6% 감소한 13만7,506상자(500㎖·18병 기준)를 기록하며 ‘골든블루’에 2위 자리까지 내줬다.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가 선전중이지만 국내 위스키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 283만상자에 달했던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해 174만상자까지 줄었다. 젊은 세대들이 독주를 외면하는데다 이달부터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충격파까지 더해져 위스키 시장이 연간 100만상자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깊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알코올도수를 낮추거나 통상 750㎖였던 제품 용량을 줄여 가격을 내리는 등 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주류는 알코올도수 25도의 초저도 위스키 ‘블랙조커 마일드’(375㎖)를 출고가 9,900원에 선보였고 골든블루도 ‘팬텀 더 화이트’(450㎖)를 1만9,950원에 내놨다. 페르노리카도 보급형 스카치위스키 ‘임페리얼 네온’을 출시하면서 450㎖ 용량에 맞췄고 디아지오도 이달 중 200㎖ 소용량에 출고가를 1만원대로 맞춘 ‘조니워커 레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상황이 반전되기는 기대 난망이다. 기존 맥주와 소주는 물론 막걸리업체까지 탄산주와 과일주 신제품을 쏟아내는 등 주류시장이 저도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만 위스키 중심축도 최근들어 저도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어서 아직 반등의 기회는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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