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을 타고 제주 하례리 효돈천 트레킹 코스를 건너는 모습./제주=백주연 기자 |
회의를 끝낸 주민들은 효돈천으로 이동했다. 효돈천 양 옆으로 줄지어있는 사람 몸집 세배 크기의 바위들이 둘러선 길이 트레킹 코스다. 찬찬히 바위를 밟으며 가다 보니 물이 깊어지며 길이 끊겼다. 김동일 하례리 이장은 고인 물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 동네 공공수영장”이라며 “수 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하례리 아이들은 이 물에서 멱을 감으며 더위를 식히고 수영을 배웠다”고 말했다.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이 곳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뗏목을 타고 건널 수 있다.
뗏목으로 건너자는 의견도 주민 회의에서 나왔다. 김두삼 효돈천 트레킹 팀장은 “코스를 개발할 때 이 물을 어떻게 건널 지 현장을 오가며 계속 회의했고 배로 건너자는 의견이 나와 뗏목을 만들게 됐다”며 “보완 과정을 거쳐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트레킹하는 지금의 모습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 생태관광 마을로 지정된 하례리가 주민들의 손길이 닿으며 친환경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트레킹 코스 뿐만 아니라 하례리에서 나는 감귤로 음식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과 암벽 타기 프로그램도 준비된 상태다. 하례리의 모든 생태관광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의 인솔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관광지와 다르게 하례리에는 안내판이 없다. 김 이장은 “한 번 와서 구경만 하고 스치듯 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동행하면서 마을을 제대로 느끼게 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민 인솔 방식의 프로그램은 예상대로 방문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례리를 여행하는 동안 주민의 안내가 고마웠다며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해 보낸 방문자도 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적 사고가 적용되면서 정책의 효과는 더 커졌다. 장정환 제주도청 생물권지질공원연구과 담당자는 “지역의 특성과 지리를 잘 아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기획서를 만들게 되니 검토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지역을 살리겠다는 목표가 명확해 사업 콘텐츠가 탄탄하다”며 “정부 기관이 마을의 사업을 주도할 때보다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제주=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