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년 가까이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매달 10명씩 회사를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6월까지 회사를 떠난 조종사는 벌써 120여명에 달한다.
숙련된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그 빈자리는 외국인 조종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이달 또 한 번의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추가 협상은 펼쳐지지 않은 채 노사 대립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총 30명의 조종사가 회사를 떠났다. 지난 하반기부터 1년 동안 매달 10명꼴로 줄퇴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조종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인원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21명, 16명의 조종사가 회사를 떠났다. 그 이후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엑소더스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사표를 낸 조종사는 121명. 이들 가운데 46명은 중국 항공사로, 나머지 75명은 국내의 저가항공사 등으로 둥지를 옮겼다.
조종사들의 이탈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항공사들의 탓도 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난 인원 가운데 62%가 국내 항공사를 택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임금협상에 지친 조종사들이 에어서울 부기장 모집에만 100명 넘게 지원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 기회만 되면 회사를 떠나려는 조종사가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 항공사 시험을 보러 가면 대한항공 조종사들을 너무 쉽게 마주칠 수 있다”며 “그 빈자리는 외항사나 국내 저가 항공사 출신들이 채우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받은 총 급여가 37% 인상됐다며 이를 기준으로 자신들의 임금도 높여 달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의 지난해 급여 인상률은 전 계열사를 합쳐 6.2%이며 이중 자사로부터 받은 급여 인상분은 1.6%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 이후 조종사 노조는 37%가 잘못 계산된 수치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사측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조종사 노조 측은 이달 중 세 번째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과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조 회장 일가의 세무조사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펼친 바 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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