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후 우리나라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환시 개입 내역 공개는 1962년 외환시장 개설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유 부총리는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TPP 가입 요건 중 하나인 외환시장 개입 세부 내역 공개에 대해 “공개 요건을 충족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TPP에 가입한 뒤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장 공개하기에는 시장에 오해를 불러올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 이후인 11월 14일부터 12월 16일 사이 TPP의 국회 비준을 추진 중이다. 일본도 연내 TPP 국내 비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발효는 안개속에 싸여있다. 우리 정부는 미 대선 이후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TPP 비준 움직임을 살펴본 후 협상 참여 선언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유 부총리는 미 재무부가 조만간 발표할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조작국 격인 ‘심층분석 대상국’의 3가지 기준 중 △대미 무역수지 흑자 △경상수지 흑자 부문에서 한국이 기준을 넘어 지난 4월 ‘관찰대상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지적이다.
유 부총리는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아직 인하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아직 ‘룸(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거꾸로 본다면 국내 금리는 여유가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금리가 0%에 근접한 반면 우리는 1.25%로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유 부총리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평가한 것은 드문 일이다. 다만 유 부총리는 “단순 논리로 따지면 공간이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 결정은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금통위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한국의 재정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지만 결국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주요 대외 위험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연착륙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촉발할 수 있는 탈퇴 도미노 등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 이미 시장이 예상을 하고 있는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이 1회에 그친다면 한국은 통화정책으로 (영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지만 4회 정도 인상한다면 온갖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고용이 늘어나고 물가도 적당히 상승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때 금리를 또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IMF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데 그게 맞다면 추가인상 여지는 작아진다”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와 관련해서는 최근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 재개에 합의한 뒤 실무선에서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한 것은 아니며 합의 내용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시한을 정해놓지 않고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통화스와프 규모 등에만 합의하지 않고 이를 무역금융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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