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합작 공장(파트라SK)을 설립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파트라SK는 SK그룹의 해외 사업 성장 전략인 ‘글로벌 파트너링’의 첫 사례다. 이후 합작사 설립이 잇따르면서 SK루브리컨츠는 10년간 외형이 3배로 성장했고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창했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 주력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9일 정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3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루브리컨츠는 이 같은 SK이노베이션의 호실적을 뒷받침하는 주요 자회사다. 이미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818억원)의 90%가량을 벌어들인 SK루브리컨츠는 올해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특히 SK루브리컨츠는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SK 계열사 중 하나다. 2005년 7,810억원이었던 연매출은 고유가가 한창이던 2014년 3조5,293억원까지 올랐다. 저유가로 매출이 줄어든 지난해에도 2조9,590억원을 기록해 10년간 3배로 커진 외형을 유지했다.
이 같은 SK루브리컨츠의 고속 성장은 꾸준한 합작사 설립을 통한 해외 시장 확대 전략 덕분이라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SK루브리컨츠는 2006년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일일 정제량 9,000배럴 규모의 파트라SK를 세웠다. 이어 2010년에는 일본 최대 정유사 JX에너지와 함께 경남 울산에 2만6,000배럴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 YMAC를 세웠고 이듬해인 2011년 스페인 렙솔과의 합작 계약도 성사시켰다. 현재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지은 1만3,000배럴 규모 ILBOC 공장까지 더해 일일 7만800배럴의 윤활기유를 만드는 세계 3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계열사 대부분이 내수 시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취임 초기부터 해외 진출 방식을 고민해왔다.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원료·기술 면에서 상호보완이 가능한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글로벌 파트너링은 최 회장의 고민이 녹아 있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뛰어다니며 성공의 발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파트라SK 출범을 위해 2005년 11월 부산을 찾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고 합작을 제안했다. 또 렙솔의 합작도 최 회장이 안토니오 브루파오 니우보 렙솔그룹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이룬 계약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이 있다면 회장이 직접 세계를 돌며 세일즈하겠다’면서 글로벌 파트너링을 추진하는 임원들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글로벌 파트너링의 성공 사례는 윤활기유 사업뿐 아니라 석유화학·배터리 같은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군 전반에 걸쳐 있다. 2012년 중국 국영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와 함께 우한에 지은 에틸렌 생산기지(중한석화)가 대표적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시노펙 경영진은 한해 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중한석화의 설비 규모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야에서도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손잡고 합작 법인 ‘BESK’를 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종합화학이 인수를 검토 중인 중국 에틸렌 공장 ‘상하이세코’ 지분 50%도 글로벌 파트너링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상하이세코는 시노펙과 영국 브리티시패트롤리엄(BP)의 합작사인 만큼 SK종합화학이 지분을 최종 인수한다면 시노펙과의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K그룹 내부에서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여타 계열사에 정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오는 12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MS 연구소에서 최 회장의 주재하에 하반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연다. 최 회장으로부터 고강도 혁신안을 주문 받은 CEO들은 글로벌 파트너링을 포함해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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