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핵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며 “중국이 이를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중국이 북한 핵을 방치하는 동안 미국과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 효율적인 미사일 다층 방어망을 구축했다”면서“북한 때문에 미일이 만들어놓은 이지스함을 비롯한 X밴드레이더 등의 시설은 중국이 가진 전략핵능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핵 위기가 계속되며) 일본과 한국이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로 간다면 핵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고 여기에 대만까지 가세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1990년대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마지막 외상이 한소 수교를 통보하러 갔을 때 북한 김영남이 한소 수교는 핵무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게 아마 진심이었을 것”이라며 “한국에 흡수당하지 않으려면 핵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핵을 만들게 된 가장 큰 동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중국도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게 된 하나의 이유”라며 “자주국으로서 중국에 종속당하지 않고 미국과 직접 딜을 해서 생존의 틀을 만들겠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최근 미국의 조야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면서 “미국 전문가들은 차기 미국 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북한 핵개발과 연계된 혐의로 중국의 훙샹그룹을 제재하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까지 제재하는 것)을 시행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중국도 대북 제재에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윤 원장은 내다봤다.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들도 미국이나 서방과의 거래가 중요한데 북한으로 인해 이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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