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가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에 힘입어 이번 중국 국경절 연휴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서울 강남권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일주일간 유커 매출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1~8일)에 비해 35.3%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국경절 연휴가 완전히 겹쳤지만 올해는 이틀 차이가 났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무역센터점의 경우 유커 매출 신장률이 68.7%에 달했고 유커 1인당 객단가도 지난해보다 10.5% 늘어난 76만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유커의 최대 쇼핑지인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의 중국인 매출 신장률(27%)도 웃도는 성적표다.
이 같은 모습은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발견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면세점 개장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명동 본점(56.5%)에는 못 미쳤지만 같은 기간 유커 매출이 18.4% 늘었다. 특히 강남점은 1인당 객단가가 본점(50만원)의 두배 수준인 90만원에 달했다. 압구정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 역시 전년 대비 유커 매출이 20% 성장했고 객단가도 5% 늘었다. 이에 힘입어 명품관을 찾는 전체 외국인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6%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부쩍 증가한 개별 관광객(싼커)들이 강남권을 많이 찾는데다 특히 씀씀이가 큰 젊은 중국인들이 ‘명품 쇼핑’에 나서면서 강남권이 유커 명소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유커들이 가장 많이 찾은 품목은 해외 명품 브랜드였고 그 뒤를 고가 위주인 시계 품목이 이었다. 화장품·잡화·식품 등은 명품 브랜드와 시계보다 매출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도 에르메스 켈리백 등 품목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달하는 상품이 유커들의 최고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북 명동 백화점에서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온라인몰 패션브랜드 ‘스타일난다’, 캐릭터숍 ‘라인프렌즈’ 등 국내 중저가 중소·중견 브랜드들과 국내 잡화 브랜드 MCM 등이 매출 및 구매 건수 상위권을 휩쓰는 것과는 대조적인 셈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이번 중국 국경절 기간 유커들이 에르메스 켈리백·벌킨백, 샤넬 코코핸들백, 아이보리색 델보 브리앙백 등 값비싼 명품들을 많이 구매했다”며 “특히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까르띠에 발롱블루, 바쉐론콘스탄틴 트래디셔널 시계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만 까르띠에·고야드, 화장품 등 5,0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는 쉬징화(31)씨는 “지난해까지 서울 모 대학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거주하며 코엑스 등 강남에서 자주 놀았다”며 “K팝에도 관심이 많은데 근처에 SM타운이 있어 쇼핑과 관광 모두 편리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돈 많은 유커들의 강남권 진출 트렌드가 서울시내면세점 입찰전에도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응찰한 5개 업체 가운데 롯데(잠실동 월드타워), 현대백화점(삼성동 무역센터점), HDC신라(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신세계(반포동 강남점) 등 4개 업체가 모두 강남권을 후보지로 선택, 객단가 높은 알짜배기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애용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구체적인 매장과 브랜드를 찾으면서 강남권 매장 방문이 늘고 있다”며 “씀씀이가 큰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이 외국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점과 달리 강남점의 경우 다국적 외국인 비중이 아직 더 높은 등 중국인 매출은 시작 단계여서 성장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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