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둔 공모주 시장이 과잉공급에 시달리며 벌써부터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청약 미달 사태가 하나 둘 속출하더니 급기야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두산밥캣도 상장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 입성한 새내기주의 주가 흐름도 부진해 지난해 말 발생했던 상장 철회 대란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두산밥캣이 상장일정 연기 검토에 들어간 것은 지난 6~7일 이틀간 실시한 공모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격 범위의 하단을 밑도는 가격에 수요예측이 몰렸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의 희망공모가는 4만1,000~5만원이다. 두산밥캣의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범위를 밑돌 것이란 예상은 이미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나왔었다. 두산밥캣이 기계 및 건설 장비 분야의 주가순이익비율(PER) 10배보다 배나 높은 20배 내외를 제시한 점과 2조4,500억원에 달하는 공모 규모, 재무적투자가(FI)들의 구주매출이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산밥캣이 상장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의 순차입금의존도가 두산밥캣 공모자금 유입에 따라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제고 전망은 두산밥캣의 IPO 성공여부에 달렸다”며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밑돌거나 너무 참여가 저조해 상장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등급전망도 매우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에 앞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서플러스글로벌은 아예 상장 일정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의 희망공모가 밴드는 7,400~9,400원으로 희망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에 기관 수요가 몰렸다. 서플러스글로벌은6일 예정됐던 상장 기자간담회를 돌연 취소하고 주관사와 협의해 상장을 연기했다. 예정대로라면 10일부터 이틀 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해야 했다.
올 들어 상장을 철회 한 공모주(스팩 제외)는 호텔롯데(2월), 까사미아(8월)에 이어 서플러스글로벌이 세 번째다. 연말 공모 일정이 몰리고 있지만 증시가 박스권에서 정체되며 기업들이 높은 공모가를 받기 어렵게 되자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달에는 15개 공모주 청약이 몰리면서 일찌감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모주 시장의 찬바람에 팬젠과 큐리언트 등 무려 6개 기업이 무더기로 상장을 철회했다.
이미 시장 우려는 공모 청약 흥행 실패 기업이 속출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중국 헝셩그룹(900270)이 공모 청약 경쟁률 0.76대 1을 기록하면서 올해 첫 미달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최근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도 0.26대 1의 경쟁률로 미달을 기록했다. 이밖에 하반기들어 두올(016740)(2.17대 1), 엘에스전선아시아(229640)(2.98대 1), 미투온(1.15대 1) 등 흥행 부진 기업이 줄이었다.
시장에 막 입성한 새내기주의 주가 흐름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 하반기 들어 상장한 16개 기업(스팩 제외) 중 무려 11개 기업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수요 예측에서 물량을 받아줄 기관투자가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연말을 앞두고 벌써부터 공모시장이 얼어붙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작년 말 도미노 상장 철회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